올 시즌 프로야구의 가장 '핫(hot)'한 아이콘은 롯데 이용훈(35)이다. 지난해 2군에서 사상 첫 퍼펙트 게임을 달성한 뒤 시즌 초반부터 팀의 5선발을 맡고 있다. 최근엔 때 아닌 부정 투구 논란까지 겪었다. 하지만 롯데 선발 중 가장 믿음직한 모습을 보이며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25일 현재 성적은 7승2패 평균자책점 2.41. 다승 공동 4위, 평균자책점 3위다. 양승호 감독을 비롯한 롯데 관계자들은 "이용훈이 기대이상의 활약을 해줘서 고마울 뿐"이라며 칭찬 릴레이를 펼치고 있다.
화려했던 프로 데뷔, 10승 문턱서 좌절 "아쉬운 기억"
부산 경성대를 졸업하고 2000년 삼성에 입단한 이용훈은 전반기에만 8승(4패)을 거두며 혜성같이 등장했다. 시속 150㎞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앞세워 타자들을 손쉽게 요리했다. 당연히 그 해 강력한 신인왕 후보였다. 대구 팬들은 위력적인 젊은 투수의 등장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당시 이용훈과 함께 뛴 김현욱 삼성 트레이너 코치는 "이용훈은 거의 모든 공을 던질 줄 알았다. 직구뿐만 아니라 변화구도 위력적이었다. 10승은 무조건 넘길 줄 알았다. 내가 그 동안 봤던 신인 투수 중 가장 공이 좋았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거짓말처럼 이용훈은 후반기 단 1승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허리 통증을 느끼며 투구 밸런스가 흐트러졌고, 제구가 불안해졌다. "데뷔 연도를 생각하면 아쉽다. 그 때 10승을 거뒀으면 어땠을까 싶다. 2군에서 퍼펙트 게임(2011년 9월17일 대전 한화전)을 했지만 나는 지극히 평범한 투수다. 10승을 올린 경험도 없고 팬들과 팀에게 보여준 것도 아무것도 없다." 이용훈은 25일 전화 통화에서 자신을 낮췄다.
2006년 원형 탈모, 아내를 만난 건 행운
2002년 SK로 팀을 옮긴 이용훈은 이듬해 다시 고향 팀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화려했던 데뷔 시절과 달리 부진이 이어졌다. 2003년부터 2005년까지 거둔 승수(8승)는 신인 때 올린 9승 보다 적었다. 이용훈은 결국 2006년 어깨 수술을 받았다.
"힘든 선택이었다. 특히 재활하는 과정은 말 못할 고통이었다. 오죽했으면 원형 탈모까지 생겼을까. 공을 던지지 못하는 하루하루가 힘들었다. 그 때 아내가 큰 힘이 됐다. 수술을 받고 한 달 뒤인 2006년 12월 결혼했는데 아내의 내조가 없었다면 고통을 이길 수 없었을 것이다."
이용훈은 2년 연애 끝에 박수정 씨와 결혼했다. '천사' 같은 아내 덕분에 "반드시 사직구장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 특히 "야구를 포기하겠다"는 생각은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태국으로 떠난 신혼여행에서 조차 남편을 위해 밤잠을 설치며 어깨 마사지를 해준 아내 박씨가 있었기 때문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나는 야구 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남자인데, 아내가 모든 걸 포기하고 날 도왔다. 올 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건 모두 아내 덕분이다." 이용훈은 이제서야 진 빚을 갚고 있다.
아쉽게 놓친 퍼펙트, 개인 목표는 없다.
이용훈은 24일 잠실 LG전에서 아쉽게 대기록을 놓쳤다. 8회 1사까지 퍼펙트 게임을 이어가다 LG 최동수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다. 그러나 아쉬움은 없다. 오히려 팀이 연승을 이어가 다행이라고 했다.
그는 "23일 벤치에 앉아 포수 용덕한과 LG 타자들을 분석했다. 24일 경기 전에는 강민호와 변화구 위주로 가자고 전략을 짰다. 컨디션은 좋은 편이었다. 원하는 코스대로 공이 들어갔다"며 "올 시즌 개인적인 목표는 없다. 팀이 한국시리즈에 직행하고 우승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단 한 순간도 야구를 포기하겠다고 생각하지 않은 만큼, 그 열정을 이어가고 싶다. 등판하는 경기 마다 팀이 이길 수 있도록 투수 최고참으로서 묵묵히 내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함태수 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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