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경찰과 포털 사이트 업체가 가학적인 성적 취향자를 찾는 이른바 인터넷 '체벌카페'를 폐쇄조치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빚고 있다. 특히 최근 호기심에 가입한 여중생이 변태적 행태의 성폭행을 당했던 사실이 밝혀졌지만 포탈사이트 업체에서는 이런 유의 인터넷 카페를 일일이 단속해 차단하기 어렵다며 뒷짐을 지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경찰청은 인터넷 체벌카페에서 유인한 여중생을 성폭행하고 이를 촬영한 혐의로 이모(40)씨를 구속했다고 2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인터넷 체벌카페에 자신의 카카오톡 ID를 올리고 이를 보고 연락한 중학생 김모(12)양을 자신의 차량에 태워 경기 하남시 미사리 인근으로 데려간 뒤 회초리로 때리고 성폭행하면서 이 장면을 자신의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한 혐의다. 인터넷 체벌카페는 상대방의 신체 일부분을 때리거나 자신이 맞으면서 성적 쾌감을 얻는 사람들을 모집하는 카페로 현재 국내 유명 포털 사이트 등에 500여 개 사이트가 개설돼 있는 상태다.
이씨는 올해 초부터 10여 개 체벌카페에 "체벌을 해 줄 사람, 혹은 체벌을 원하는 사람을 구한다"는 글과 함께 자신의 카카오톡 ID를 함께 올렸다. 김양이 호기심에 이씨의 ID를 통해 자신의 이름과 나이 등 정보를 주고받았고 이씨는 카카오톡을 통해 김양 사진을 받은 뒤 "귀엽게 생겼다"고 칭찬하며 접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한 번 만나서 이야기를 하자"며 지난 3일 오후 2시쯤 김양을 자신의 승용차에 태워 경기도 미사리 근처로 가 미리 준비한 회초리와 청테이프를 감아 만든 나무막대기로 김양의 허벅지와 엉덩이를 60여 차례 폭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김양 외 3명의 여성을 체벌카페에서 만나 가학적인 행위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이씨가 글을 올려 김양을 만난 인터넷 카페에는 500여명의 회원이 가입돼 있다.
인터넷 체벌카페는 2007년 2월 한 중학생이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가입한 후 실제 가학적인 행동을 한 사례가 있어 당시 경찰이 417개 인터넷 카페에 대해 폐쇄조치를 취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변태적 성향을 부추기는 카페가 다시 우후죽순으로 늘어나 활개를 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지만 포털사이트 업체는 제재가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포털사이트 업체 관계자는 "체벌카페의 경우 표현의 자유나 개인의 취향에 따른 문제가 있어서 따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회사 자체에서 임의로 따로 제재를 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여중생이 성폭행을 당한 체벌카페도 문제가 발생하자 포털사이트 업체가 지난 22일 문제의 카페 접근을 막는 조치를 취했다.
인터넷 유해 사이트 차단을 심의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청소년들이 부모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가입을 하는 사례가 많아 단순히 19세 미만 청소년을 해당 사이트에 접근 금지시키는 조치는 실효성이 없다"며 "단순히 모니터링 인원을 늘리기보다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있는 카페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검열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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