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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우웬춘 홍역 치르고도 바뀐 게 없는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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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우웬춘 홍역 치르고도 바뀐 게 없는 경찰

입력
2012.06.24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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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에서 또 경찰이 112신고를 뭉개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뻔한 일이 일어났다. 지난 4월 112신고 부실대응으로 결국 우웬춘에 의해 20대 여성이 엽기적으로 살해된 바로 그 동네, 그 경찰서 관할지역에서다. 이번 피해여성은 "아침부터 맞고 있다. 살려달라"고 다급하게 112신고전화를 걸어 집 주소를 정확하게 알려주었고, 경기경찰청 112종합상황실은 관할 파출소로 곧바로 출동을 지시했다. 그러나 순찰차 근무자들은 현장을 확인해보지도 않은 채 전화만을 걸어 가해자에게서 "신고하지 않았다"는 거짓답변만 듣고 철수해 버렸다.

신고사실을 알게 된 가해남성은 더욱 격앙돼 "우웬춘이 어떻게 사람을 죽였는지 아느냐"며 여성을 이틀 동안 감금, 무자비한 폭행을 해댔다. 중상을 입은 피해여성은 가족의 재신고로 뒤늦게 다시 출동한 경찰에 가까스로 구조됐다. 다행히 여성이 목숨을 건진 것만 다를 뿐 전체상황은 고스란히 우웬춘 사건의 재판이다. 더 기막힌 것은 우웬춘 사건발생 한 달이 채 안 된 4월 말에도 이 경찰서 관내에서 역시 신고 부실대응, 현장 부실확인으로 남녀가 집안에서 동반자살토록 결과적으로 방치한 사건이 발생했던 일이다.

똑같은 잘못을 반복해 저지르면서도 도무지 정신 차릴 줄 모르니, 경찰의 기강해이는 가히 구제불능의 수준이다. 우웬춘 사건으로 국민의 공분이 들끓자 경찰청장과 경기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잇따라 사과문 발표와 함께 자리에서 물러났고, 대대적인 112 대응시스템 개선대책도 발표됐다. 최근 신임 경기경찰청장은 112 종합상황실을 위기콘트롤타워로 개편하고 인력교체와 증원을 통해 신고에 대한 총력대응체제를 구축했다고 공개적으로 자랑하기까지 했다. 그 결과가 이 모양이다.

결국 외형을 바꾸는 등 법석은 떨었으나 정작 시스템을 운용하는 인력 등 소프트웨어는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이 정도면 112 시스템이 문제가 아니라 경찰의 조직문화 전체를 다시 진단하고 개편을 모색해야 할 사안이다. 최소한의 존재이유조차 번번이 회의케 하는 이 경찰을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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