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향군인회가 산하사업체 사업단장의 부실보증으로 790억원을 날린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미 5,600억원의 부채로 재정난을 겪고 있던 재향군인회의 부실한 경영 관리가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서울 남부지검 형사5부는 재향군인회 직영 사업체 중 하나인 S&S사업본부 산하 U-케어 사업단장 최모(40)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사건은 최씨가 지난해 4월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는 코스닥 상장회사 4곳이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을 통해 KTB투자증권 SPC(특수목적법인)로부터 790억원 규모의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재향군인회 명의로 보증을 서 준 게 발단이 됐다.
최씨는 이 중 한 친환경 자동차업체에 보증을 선 대가로 물품공급 계약을 맺고 재향군인회의 예금통장 계좌로 받은 선급금 141억원 중 절반을 가로채는 등 지난해 4월부터 올해 2월까지 모두 23차례에 걸쳐 277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지급보증 과정에 입찰 등 다른 용도에 쓰기 위해 갖고 있던 재향군인회의 사용인감을 몰래 이용했고 횡령한 돈은 대부분 이전 사업 실패로 인한 빚을 갚거나 카지노 도박에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의 이 같은 범행은 해당 회사들이 부도 등으로 만기일에 차례로 돈을 갚지 않아, 재향군인회가 790억원을 대신 갚으면서 드러났다.
재향군인회의 대규모 부실보증 손실로 인해 향군 상조회 등 직영사업과 수만명의 회원에 대한 생계비 지원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재향군인회 예금통장 잔액은 현재 수백만원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군은 6·25 전쟁 당시 전상자와 제대장병을 지원하기 위해 창설한 단체다. 검찰 관계자는 "산하 사업단장이 독자적으로 재향군인회 1년 예산의 3배나 되는 거액의 보증을 섰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며 "내부 공범 여부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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