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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orld View/ 물의 도시 베네치아… 높이 30m '모세 방벽'이 수마 막아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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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orld View/ 물의 도시 베네치아… 높이 30m '모세 방벽'이 수마 막아줄까

입력
2012.06.22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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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 1,600년전 아드리아해에 면한 석호(라군) 위에 건설된 이 '물의 도시'는 산마르코 광장, 두칼레 궁전 등 숱한 명소를 품은 이탈리아의 대표 관광지다. 연 300만명에 달하는 관광객은 가혹한 자연환경을 딛고 선 인간의 의지에 감탄하고, 물과 문명이 유기적으로 결합한 독특한 분위기에 매료된다.

가라앉는 물의 도시

그러나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의 최근 보도를 보면 발 밑까지 물이 들어찬 이곳에서 일상을 꾸려가야 하는 베네치아인의 생활은 낭만적이지만은 않은 것 같다. 1년에 네 차례, 베네치아 수로의 수위가 평소보다 110㎝ 이상 높아지면 도시 전역에 사이렌이 울린다. 보름달이 뜬 날 아프리카에서 출발한 열풍(熱風) 시로코가 불어올 때 수위는 더욱 높아진다. 수위가 평소보다 120㎝ 이상 높아지면 베네치아의 4분의 1이 물에 잠긴다. 여기서 수위가 5㎝ 더 높아지면 곤돌라가 운행을 멈추고 모든 활동이 중단된다. 베네치아 사람들은 이 홍수를 '아쿠아 알타(높은 물)'라 부른다. 아쿠아 알타가 연출하는 위험천만한 상황을 보려고 베네치아를 찾는 관광객도 있지만, 이 곳에 터전을 잡은 주민들에게 1m 남짓한 수위 상승은 말 그대로 재앙이다.

문제는 최근 홍수 발생 확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베네치아 사람들은 수백년 동안 물과의 공존과 투쟁을 숙명으로 여기고 살아왔다. 그러나 갈수록 상승하는 수위와 잦아지는 홍수는 도시의 생존을 위협한다. 2009년 해양학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21세기 베네치아가 물 속으로 가라앉는(수위가 상승하는) 속도가 사상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세기 동안 베네치아는 가장 낙관적으로 봐서 19㎝, 최악의 경우 53㎝ 가라앉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수위가 평소보다 70㎝만 상승해도 아쿠아 알타 상황이 되는 셈이다.

물에 도전하는 인간

베네치아는 도시의 목줄을 죄어오는 물에 정면으로 맞서기로 결정했다. 바닷물이 베네치아로 들어오는 수로 입구에 강철로 만든 거대한 방벽을 구축하는 계획이다. 수로 입구에 콘크리트 기초를 다진 후 가로 20m, 세로 5m, 높이 30m의 철 구조물 78개를 늘어 세우는 초대형 공사다. 투입되는 공사비만 50억~70억 유로(7조 2,776억~10조 1,887억원)에 달한다.

이 계획은 구약성경에서 홍해 바다를 가른 이스라엘 선지자의 이름을 따 '모세 프로젝트'라는 별칭이 붙었다. 모세 프로젝트가 2014년 완공되면 수위 상승 폭을 110㎝ 이내에서 통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론대로라면 베네치아에서 아쿠아 알타가 사라지는 셈이다.

모세 방벽 효과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반론이 만만치 않다. 부작용도 예상된다. 사실상 하수시설이 없는 베네치아에서는 수로를 통해 오염물이 자연스럽게 흘러 나가는데, 모세 방벽이 이런 폐기물 배출을 막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판 모세의 기적이 물의 도시 베네치아를 수마에서 구해낼 수 있을지는 2014년이 돼 봐야 알 수 있겠지만, 자칫 모세의 방벽은 자연에 도전하다 인간의 몰락을 초래한 이탈리아판 바벨탑이 될 지도 모른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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