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소니가 올림푸스에 지분을 출자, 최대주주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소니가 올림푸스의 광학기술과 손잡을 경우, 삼성전자가 역점을 두고 있는 디지털 카메라 및 의료기기 분야에서 정면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TV에 이은 두 회사의 두 번째 대결인 셈이다.
2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소니가 올림푸스에 500억엔(약 7,200억원)을 출자하는 방안을 최종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올림푸스는 지난해 말 경영진의 회계부정이 드러나면서 17억달러의 손실이 발생, 외부 자본수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때 삼성도 올림푸스에 투자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올림푸스 인수에 관심을 보였으나 일본정부가 올림푸스의 첨단기술을 외국기업이 인수할 수 없도록 국가 보호 기술로 묶어뒀기 때문에 투자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만약 소니의 출자가 확정되면 올림푸스의 지분 10%를 확보, 최대주주가 된다.
소니가 노리는 건 올림푸스의 ▦내시경 등 의료기기와 ▦보안용 감시카메라 등 신사업 분야다. 올림푸스는 내시경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이 70%에 이르는 1위 업체. 또 카메라 분야에서도 올림푸스는 미러리스와 컴팩트 디지털 카메라 시장을 놓고, 소니 니콘 삼성전자 등과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대규모 적자로 경영진까지 교체한 소니는 이런 올림푸스가 큰 매력이 아닐 수 없다. TV분야에서 총력전을 펴 옛 명성을 되찾겠다고 밝혔지만, 현실적으로 삼성전자를 따라잡기란 쉽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소니 역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데, 이와 관련 요시오카 히로시 소니 부사장은 "의료용 모니터와 보안용 감시카메라 등이 주요 개척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 소니의 신성장동력 사업들은 삼성전자와 겹친다. 삼성도 지난해 의료기기업체인 메디슨을 인수하며 헬스케어 사업에 뛰어들었고, 삼성테크윈을 통해 보안용 감시카메라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디지털카메라 역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세계 1등 제품을 만들라"고 특명을 내린 상태. 때문에 '소니+올림푸스'연합전선이 구축될 경우, 삼성전자와 TV에 이은 또 한차례의 대결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아직 올림푸스측은 소니의 지분투자를 공식화하지 않고 있다. 올림푸스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회사가 공식 발표한 내용은 아니다"라며 "투자자들에게 최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올림푸스는 자본유치가 절실한 입장이고 소니 역시 신성장동력 기술확보 차원에서 올림푸스의 기술이 탐나지 않을 수 없어 양 사간 제휴가능성은 충분히 높다고 본다"면서 "삼성전자와 소니가 흥미진진한 대결을 벌이게 됐다"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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