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20대 여성 살해사건'이 일어난 동네에서 경찰이 또 동거남에게 폭행당한 여성의 112신고를 확인 없이 뭉갠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경찰은 "신고 안했다"는 동거남의 답변에 현장에 가지도 않았고, 도움을 기다렸던 여성은 폭행을 당해 병원에 입원 중이다.
22일 경기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7일 밤 0시34분쯤 경기 수원시 팔달구 지동에 거주하는 A(31ㆍ여)씨가 "아침부터 맞고 있다. 빨리 와 달라"며 집전화로 112 신고를 했다. A씨는 약 22초간 112로 통화하며 집 주소와 호수까지 정확히 전달했다. A씨 집은 '수원 20대 여성 살해사건'의 범인으로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된 우웬춘(42)씨 집에서 불과 700여m 떨어진 곳이다.
신고를 접수한 경기경찰청 112상황실은 수원중부서 관할 동부파출소에 출동을 지시했지만 동부파출소 112순찰차 2대가 다른 사건을 처리 중이라 지령은 인근 행궁파출소로 넘어갔다. 행궁파출소 112순찰차 근무자들은 신고를 접수한 지 6분여 뒤 현장으로 출동, 발신지로 다시 확인 전화를 걸었다. 이때 전화를 받은 동거남 최모(34ㆍ무직)씨가 "신고하지 않았다"고 발뺌하자 오인신고로 판단해 되돌아갔다.
이후 A씨는 최씨에게 폭행을 당해 갈비뼈 2대가 부러지는 등 중상을 입었다. 술에 취한 최씨는 폭행 중 "우웬춘에게 당한 여자처럼 해주겠다"는 협박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중상을 입고도 집에 방치됐던 사실을 알게 된 가족들이 폭행사건 5일 뒤인 21일 오후 1시15분쯤 경찰에 다시 신고한 뒤에야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은 최씨를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상습폭행 및 감금 여부를 수사 중이다. 경찰조사에서 최씨는 "뺨 두 대와 옆구리 한대를 때렸을 뿐"이라며 상습폭행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와 최씨가 8개월 전 만나 함께 지낸 사이이고, 최씨는 폭행 전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경기경찰청 관계자는 "피해자보다는 가족들이 처벌을 원하는 상황"이라며 "112순찰차가 신고 현장을 확인도 없이 그냥 돌아온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 감찰조사를 거쳐 상응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수원 20대 여성 살해사건' 당시 피해여성의 112신고에 부실하게 대응해 여론의 거센 질타를 받았다. 수원중부서장과 형사과장 등이 직위해제 됐고, 경기경찰청 생활안전과장과 112센터 지령팀장 등 11명이 징계 대상에 올랐다. 조현오 전 경찰청장도 "수원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고 밝히는 등 경찰은 이 사건으로 치명상을 입었다.
수원=김창훈기자 ch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