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가르쳤던 담임교사를 속여 15억여원을 가로챈 학부모가 실형을 선고 받았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 초등학교 김모 교사는 2007년 평소 가깝게 지내던 학부모 송모(46ㆍ여)씨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11억여원을 맡기면 송씨가 운영하는 건설시행사에서 부동산 재테크를 해 원금에다 2억~3억원의 수익금을 돌려주겠다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2005년 송씨의 딸이 김 교사 학급에 배정되며 인연을 맺었고 집을 오갈 정도로 막역한 사이가 됐던 터였다. 그러다 김 교사의 상가가 택지개발 지구에 편입돼 거액의 보상금을 받게 됐다는 사실을 안 송씨는 이 돈을 투자하라고 부추겼다. 담보로 자신이 소유한 주택을 제공한다는 약정서도 받은데다, 평소 송씨가 용산구 한남동 고급 빌라에서 풍족하게 사는 모습을 봐왔던 김 교사는 별다른 의심 없이 보상금으로 받은 11억원을 건넸다.
하지만 달콤한 기대의 끝은 허망했다. 사실 송씨는 애초에 제대로 건설시행에 성공해 본 경험이 없을 뿐 더러, 다른 공사로 진 빚 때문에 극심한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었다. 통장 잔고는 10만원이 채 안 되는 바닥상태였다. 김 교사가 건넨 돈은 송씨의 공사비나 빚을 갚는데 쓰였다.
하지만 송씨의 무모한 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송씨는 2009년 돈을 돌려달라는 김 교사를 학교에서 만나 "청담동 빌라를 신축하는데 2~3개월이면 완성되니 추가로 돈을 빌려주면 더 불려주겠다"는 감언이설로 다시 4억 3,000만원을 받아냈다. 이 때도 송씨는 반지를 전당포에 맡겨 빌린 돈으로 직원들 월급을 줘야 할 만큼 궁지에 몰린 상태였다. 송씨는 김 교사의 돈을 받자 마자 자신의 개인 계좌에 넣어 급한 불을 끄는데 쓴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자신이 가르친 학생의 부모에게 15억 3,880만원을 뜯긴 신세가 된 김 교사는 송씨를 사기혐의로 고소했고,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부장 염기창)는 "부동산 경기침체 때문에 수익을 못 낸 것뿐이라고 변명했으나 애초에 돈을 가로챌 의사가 충분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송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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