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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정의 사람, 이야기] 용산참사 다큐 '두개의 문' 김일란·홍지유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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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정의 사람, 이야기] 용산참사 다큐 '두개의 문' 김일란·홍지유 감독

입력
2012.06.22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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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20일 새벽 용산 한강로2가 남일당 건물. 옥상에 망루를 짓고 농성중인 철거민 진압에 투입됐던 경찰특공대는 두 개의 문을 맞닥뜨렸다. 하나는 막혀있고, 하나는 망루로 통하는 문이었다. 그들은 어느 쪽 문이 망루로 연결되는지조차 몰라 우왕좌왕했다. 우여곡절 끝에 망루에 진입했다가 화마에 휩싸인 특공대원들은 당시 상황을 "생지옥" 혹은 "훈련된 저도 순간순간 공황상태였던 아비규환의 현장"이었다고 증언했다.

21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두 개의 문'은 제목이 암시하듯,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원 1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날의 참사가 이처럼 치밀한 계획도 없이 성급하게 진행된 경찰의 진압작전에서 비롯됐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영화는 울부짖음과 직설적 성토 대신 시종 차분하고 냉정한 시선을 유지한다. 1심 재판에 증거로 제출된 경찰의 채증 영상과 특공대원들의 법정 증언, 변호인단 인터뷰 등을 솜씨 좋게 교직하며 '그을린 25시간'의 진실을 추적해간다. 법정스릴러를 닮은 101분의 영상기록을 숨죽이며 지켜보던 관객들에게 덜컥 소환장이 날아든다. "2012년 6월, 당신을 이 사건의 증인으로 소환합니다." 이제 관객들이 두 개의 문 앞에 서게 될 터. 진실의 문과 망각의 문, 당신은 이 가운데 어느 쪽 문을 열 것인가.

'두 개의 문' 개봉을 사흘 앞둔 지난 18일 용산참사 현장을 찾았다. 1년 반 전 헐린 남일당 건물 터에는 주차장이 들어서 있었다. 뙤약볕이 한풀 꺾인 자리에 한껏 달궈진 지열이 스멀스멀 오르는 늦은 오후, 들고 나는 차량들 사이로 하굣길 고교생들의 분주한 발걸음이 이어졌다. 3년 반 전 벌어진 참극의 흔적은 찾을 수 없지만, 용산역사가 자리한 큰 길 건너편 가로수에 붉은 글씨로 내걸린 용산3구역 재개발 반대 플래카드들이 이 지역 재개발을 둘러싼 갈등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일러주고 있었다.

앞선 인터뷰가 길어졌다며 약속시간보다 20여분 늦게 온 김일란(40), 홍지유(35) 감독의 표정에선 개봉을 앞둔 긴장과 설렘, 그리고 약간의 흥분이 읽혀졌다. "오면서 기쁜 소식을 들었어요. 메가박스 코엑스점을 뚫었대요. CGV 몇 곳은 이미 잡혀 있어 멀티플렉스가 처음은 아니지만, 코엑스점은 강남 한복판이라 의미가 좀 다르죠. 저 건너 용산CGV에서 오늘 저녁 시사회가 있는데, 저기서 정식 개봉하는 게 목표예요."

-용산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여러 편 제작됐는데, 극장 개봉은 '두 개의 문'이 처음이죠. 애초부터 극장 개봉을 염두에 두고 만든 건가요.

김일란 "그렇진 않아요. 지난해 (제작지원을 받은)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를 시작으로 각종 영화제에서 상영하면서 더 많은 관객과 만났으면 좋겠다고 막연히 생각하던 차에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분들과 극장 개봉도 해보자, 그렇게 얘기가 됐어요. '배급투쟁'이라고 부르면서.(웃음) 근데 돈이 없으니까…그래서 배급위원을 모집하기 시작했고 그 힘으로 여기까지 온 거죠."(3월 초부터 모집한 배급위원에는 '부러진 화살'의 정지영 감독, '화차'의 변영주 감독, '만추'의 김태용 감독, 시인 송경동, 소설가 김별아, 만화가 최규석, 문정현 신부 등 830여명이 참여했고 3,000만원 가까운 돈이 모였다.)

-개봉 전부터 SNS에서의 반응이 뜨겁습니다. 그룹 JYJ 팬들의 단체관람 소식도 들리고.

홍지유 "배급위원 중에 JYJ팬이 계셔서 단체관람을 제안해주셨죠. 노조원은 노조에, 교사나 학생은 학교 동료들에게, 또 온라인 커뮤니티에 호소하시고…."

김일란 "신문 잡지 등에 실린 리뷰, 인터뷰에서도 '이 영화 꼭 봐라' 이런 호소가 묻어나죠.(웃음) 한편에선 용산참사를 영화 마케팅에 이용한다는 비판도 살짝 있다는데,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꼭 이 영화가 아니더라도, 그동안 묻혀 있었지만, 용산참사와 관련한 사회적 실천이 이어져야 한다는 대중의 바람이 뜨겁다고 보기 때문이죠."

-드디어 극장에서 관객과 만나게 됐는데, 소감은.

홍지유 "그동안 용산을 애써 잊으려고 했고, 또 잊기를 강요 받았던 분들이 다시 울분으로 차오르는 걸 지켜보면서, 이제 이 다큐가 저희 손을 떠났다는 생각이 들어요. SNS상에서 용산을 다시 얘기하기 시작한,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분들에 의해 이 영화가 이끌려가면서 더 큰 판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생각이에요. 감사하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죠."

김일란 "영화가 감독으로서 우리 손은 떠났지만, 활동가로서의 우리에게 다시 돌아오는 느낌이에요. 영화를 통한 관객과의 만남을 현실에서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 고민해야죠."

-활동가라는 말이 나온 김에 두 분이 속한 성적소수문화환경을 위한 모임 '연분홍치마'를 해부하고 넘어가야겠네요. 다섯 분이 어떻게 뭉치게 됐나요.

김일란 "2003년 모임을 결성했는데, 처음부터 뚜렷한 목표가 있었다거나 합의수준이 높았던 건 아니에요. 막연히 여성주의 인권운동을 하는데 문화운동의 방식으로 해보고 싶다, 나아가 그 틀이 생활공동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 오랜 시간 토론하고 모색하면서 지금의 조직이 갖춰졌죠. 계속 만들어가야 하는, 미완성의 단체예요."

-여성주의란 말이 좀 낯선데요. 무슨 뜻이죠?

홍지유 "저희에게 여성주의란 삶의 가치이자 일상의 태도를 뜻해요. 여성의 권익, 나아가 성소수자의 인권을 위해 높이는 것도 포함되지만 그것만은 아니죠. 성 문제든 권력구조든 이분법적인 틀을 벗어나 그것이 실제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하며 그 과정에서 누가 어떻게 배제되는가를 드러내는 게 주된 관심사인데, 그걸 가능하게 하는 언어가 저희에겐 여성주의인 거죠. 유연한 동시에 강직함을 지닌, 사회를 바라보는 래디컬한 시선 속에서도 최후의 한 사람까지 포용하고 상처를 보듬어내려는 방식, 그런 태도를 말해요."

-페미니즘도 여러 갈래가 있는데 어디서 가장 영향을 많이 받았나요.

김일란 "굳이 말하자면 포스트 페미니즘, 그러니까 어떤 문제를 구조적인 틀로 바라보기보다 작고 개별적이고 지엽적이고 좀더 감정적인 이야기들, 이분법적 접근보다 상황적 논리에 주목했던 페미니스트들에게서 영향을 받았죠. 그렇다고 그걸 이론적 배경으로 삼는다기보다는 그 감수성에 공감하는 거죠."

-왜 모임 이름을 연분홍치마로 지었나요. 옛 유행가 가사가 먼저 떠오른데.

김일란 "맞아요. '봄날은 간다'에 나오는.(웃음) 고민을 많이 했죠. 연분홍이란 색깔이 성소수자를 상징하기도 하고, 우리가 '레드'라고 하기엔 너무 약하지 않나 그런 생각도 들었고…. 묵직한 연대를 포함하면서도 너무 무겁지 않은 느낌이라서 좋았어요. 연분홍이라고만 하면 좀 어색해 수식할 말을 찾다가 치마를 생각했는데, 그걸 두고 몇날 며칠을 논쟁했어요. 치마가 여성의 전형적인 것을 상징하는 단어다 보니… 현실에 기반한 운동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담아 붙이기로 했죠."

-생활공동체를 지향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요.

홍지유 "개인에게는 분리되었던 삶과 운동을 일치시키는 과정이고, 다섯 명 각각의 노력이 합쳐져 함께 살고 희로애락을 같이하고 운동이 곧 일상이 되는 삶을 지향한다는 의미예요. 재정면에서도 각자 생긴 수입을 공동의 재정으로 모아 나누려고 했는데, 생계 유지도 어려운 형편이니 사실 나눌 게 별로 없죠.(웃음)"

김일란 "생계를 위한 아르바이트로 주로 연대하는 조직들 가운데 좀 큰 조직에서 기록영상이나 캠페인 영상을 만드는 일을 받아 해요. 사실 미래에 대한 대비 같은 건 생각하기 힘든 생활이죠. 작년부터 정기후원 회원을 받고 있는데, 100명을 넘겨 월 100만원 안팎이 들어와요. 올해 안에 300명 모으는 게 목표예요. 그렇게 조금씩 늘려가야죠."

-먹고 자는 것도 같은 공간에서 하는가요.

김일란 "사무실로 쓰는 공간이 다섯 명 중 누군가의 집이에요. 근데 작업하다 보면 각자 집에 갈 시간이 없으니까 거기서 먹고 자면서 거의 합숙을 하게 되죠."

-다섯 분 다 미혼이시죠?

홍지유 "미혼 아니라 비혼(非婚)이에요. 결혼제도에 대해 거칠게 반대하는 것은 아니에요. 다만 결혼제도, 가족이라는 것이 많은 부분에서 개인의 자발성이나 평등을 가로막는 게 현실이고, 여성에게는 여전히 굴레가 되는 측면이 있죠.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박탈하는데도 가족주의, 결혼제도가 영향을 미치고 있잖아요. 저희는 신념으로 비혼을 택했지만, 그런 걸 깨나가는 데 있어서는 결혼제도 안에 있는 분들의 선택이나 고군분투하는 삶을 존중하면서 연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다큐멘터리 작업에 집중하게 된 계기는.

김일란 "2004년에 한 단체에서 진행한 기지촌 혼혈여성 실태조사에 공부도 하고 경험도 할 겸 참여했어요. 거기서 '마마상'이라 불리는 분을 만나게 됐죠. 마마상은 포주와 성매매 여성 사이에 있는 중간포주를 말해요. 혼혈인이자 성매매 여성 출신으로 마마상이 된 이 분의 삶이 곧 기지촌 성매매의 역사였던 거죠. 구호가 아니라 감성적인 매체로 접근하려다 다큐를 생각하게 됐어요. 그렇게 만든 첫 작품이 '마마상'(2005)이에요. 때마침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돼 성노동이 사회이슈가 되면서 다큐멘터리의 사회적 효과를 경험하게 됐죠."(연분홍치마는 이후 '3xFTM'(2008), '레즈비언 정치도전기'(2009), '종로의 기적'(2010) 등 이른바 커밍아웃 3부작 다큐를 잇따라 내놓으며 주목을 받았다.)

-성소수자 문제에 천착하다가 용산참사를 다룬 것이 좀 의외로 보일 수도 있는데.

김일란 "처음부터 다큐 제작을 염두엔 둔 건 아니고, 연대활동의 일환으로 용산범대위에 합류했어요. 2009년 6월부터 용산참사 현장에 차려진 촛불방송국 '레아'에 상주하다시피 하면서 영상을 통해 진상규명 투쟁을 세상에 알리는 역할을 했죠. 망루에서 생존한 철거민들이 구속기소돼 1심 재판이 열리면서 재판 모니터링을 담당했어요. 재판 전 과정을 녹음해 그날그날 녹취록을 만들어 변호인단에게 제공하는 거였죠."

-다큐에 쓰인 경찰특공대원들의 법정 증언이 그렇게 녹음된 거군요. 그런데 규정상 법정에서는 재판부의 허락 없이 촬영, 녹음을 할 수 없지 않나요.

김일란 "그렇죠. 현장에서 적발됐으면 처벌을 받았겠죠.(웃음) 다른 목적이 있었던 건 아니고, 변호인단이 빨리빨리 재판 상황을 정리해 쟁점을 만들고 반박논리를 찾을 수 있게 지원하는 거였어요. 그러다 1심 판결이 검찰의 기소 내용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게 나오는 걸 보고, 우리가 재판을 통해 알게 된 새로운 사실들을 어떻게든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사실 재판 과정에서 새롭게 밝혀진 건 별로 없지 않았나요.

홍지유 "그래서 언론의 뒷심이 떨어졌던 것이 안타깝죠. 결론은 예상과 다르지 않았지만,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세세한 쟁점 같은 건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언론이 다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죠. 추석 앞두고 정운찬 총리가 유족을 방문했던 건 다들 다루면서."

김일란 "'두 개의 문'을 보고 뭐 새로운 거 없네, 그런 반응을 보이는 분들도 있는데, (당시 언론의 태도도) 그거랑 똑같았어요. 사실 불을 누가 냈냐 같은 쟁점에 관해선 재판에서 새롭게 밝혀진 게 딱히 없었고 이 사건의 핵심이 아니라고 봐요. 경찰의 진압자체가 무리하고 성급했고 따라서 정당한 공무집행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철거민들에게 특수공무집행방해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거죠. 저희가 주목한 것은 당시 진압에 투입된 경찰특공대원들의 증언에서 진압작전의 문제점이 속속들이 드러났다는 거예요."

-특공대원들이 명시적으로 진압작전의 문제를 말하진 않았는데요.

김일란 "특공대원들이 증언 과정에서 드러낸 감정을 통해 진실을 얘기했다고 생각해요. 영화에 나왔듯이, 당시 현장은 철저히 훈련 받은 그들조차도 죽음의 공포에 직면할 만큼 끔직했죠. 만약에 국민참여재판이 이뤄졌다면 결과가 달랐을 수도 있다고 봐요. 배심원은 모든 증거가 피고인의 유죄를 뒷받침하더라도 감정적으로 동의가 안되면 무죄를 선택할 수 있고, 그래서 오래 논의한다고 들었어요. 배심원이 있었다면 특공대원들이 토로한 그 감정, 말 안에 숨겨진 맥락 같은 걸 봤을 거예요. '두 개의 문'은 재판이 놓친 바로 그 부분을 다큐라는 미학적이고 정서적인 매체에 담아낸 거죠. 재판은 대법원까지 끝나버렸지만, 그저 명령대로 움직여야 했던 그들이 언뜻언뜻 드러내는 그 감정이 뭘 의미하는지 밝히는 작업에서 사회적 진상규명 작업이 다시 시작돼야 한다고 봅니다."

-유족 인터뷰 등을 배제한 채 영화를 시종 특공대의 시점으로 풀어간 것에 대해 낯설게 느끼는 관객들도 있습니다. 유족들도 섭섭함을 느꼈을 수 있을 텐데.

김일란 "망루에서 숨진 고 이상림씨 부인이자 수감중인 이충현씨 어머니인 전재숙씨가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우리가 아무리 옳다고 얘기해도 사람들이 '그건 너네 주장일 뿐이야'라고 했는데 경찰특공대를 통해 (진압의 문제점을) 말하니까 우리의 정당성이 더 확실해진 것 같다, 처음엔 좀 섭섭했는데 이렇게 해야 더 많은 사람들이 설득되지 않을까 싶다, 고. 그 말씀 듣고 우리 의도를 정확히 이해해주셨구나 싶어 정말 감사했어요."

-경찰특공대 출동 장면 재연이나 변호인단, 진상규명위 인터뷰 정도를 제외하면 기존에 있는 자료를 활용했죠. 그래서 다큐의 현장성, 역동성이 떨어진다는 평도 있는데.

홍지유 "저희가 1월 19, 20일 참사의 현장에 없었던 건 맞아요. 하지만 다큐의 현장성이란 게 꼭 직접 봐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걸 촬영한 인터넷 방송 동영상을 충분히 활용했고, 무엇보다 저희가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재판 과정, 인권이 유린 당한 법정이 가장 중요한 현장이라고 생각해요. 법정에서조차 받아들여지지 않고 역사 기록에서 탈락된 것들을 끌어올리는 작업을 하고 싶었던 거죠."

김일란 "그동안 현장 다큐란 걸 너무 협소하게 경험해왔기 때문에 나오는 지적이 아닐까 싶어요. 다큐 마지막에도 올렸지만 저희는 '기억과 기록의 투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사회적 다수의 기억을 지배하고 있는 자와는 다른 시각에서 끊임없이 기록을 재정리해 나가면서 새로운 역사쓰기를 시도하는 것이죠. 물론 관객들도 철거민들의 적발한 호소, 생생한 육성을 들을 거라고 기대하고 극장을 찾을 수 있어요. 그런데 그 예상을 깨는 다름에서 무언가 생각을 하기 시작할 거고, 그 생각의 줄기를 이어가다 보면 이 참사가 특공대의 안전도 보장되지 않은 과잉 진압에서 비롯됐다는 걸 알게 될 거라고 기대해요."

-경찰에 몸담은 분들의 반응은 있었나요.

김일란 "한 영화제에서 관객과의 대화를 끝내고 가려는데, 현직 경찰이라는 한 분이 다가와 말을 걸었어요. 경찰 입장에서 생각할 게 많다고 하더군요. 전의경 출신 분들이 지금의 전의경들이 영화를 보고 공권력의 의미를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전해주셨고요. 철거 현장뿐 아니라 누군가 불법을 저지르고 그것이 사회적 갈등과 얽혀있을 때 그걸 어떤 방식으로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분명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잖아요."

홍지유 "공권력의 최일선에서 구체적인 행위를 하는 경찰 조직, 그 안의 개인이 변화할 수 있는 계기를 경찰 밖 사회에서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계속 명령에 따라 움직일 거고, 정권이 보수든 진보든 공권력 행사를 둘러싼 사회적 합의 수준이 대단히 낮은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면 폭력성은 더 진화할 수밖에 없다고 봐요. 그들 개개인을 시민으로 불러내서 내적 갈등을 사회화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줘야 해요. 용산참사 진상규명 요구가 재점화 하는 가운데 이 문제도 충분히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진상규명 요구가 재점화 되고 있다고 했는데, 사실 3심까지 법적 판단이 모두 끝난 상황에서 재심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이는데요.

김일란 "어려운 일이죠. 당장은 9월 국회에서 국정조사가 이뤄지도록 하는데 기대를 걸고 있어요. 적어도 당시 경찰 총책임자였던 김석기를 국정조사에 소환해 증언을 들어야 하죠. 진상규명이란 게 10년, 아니 그 이상 걸릴 수도 있는 일이지만, 자꾸 뭐라도 해서 쌓아가야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거니까."

-영화 보도자료에 쓰여진 것처럼, 영화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나요.

김일란 "설마요.(웃음) 영화가 아니라 사람이 바꾸는 거죠. 이 영화를 본 분들의 의지가 세상을 바꾸는 데 힘을 보탤 수 있기를 바라는 거죠. 영화전문가들 사이에선 이 다큐가 너무 대중적으로 만들어졌다는 비판도 있다는데, 저희는 그렇게 비쳐진 것에 감사해요. 더 많은 대중, 관객과 함께하고 싶어서 만든 영화니까. 극장 개봉을 한 것도 더 많은 관객에게 어필하고 더 많이 동참하게 하고 싶어서였으니까."

-관객이 몇 만 명까지 갈까요. 멀티플렉스에서도 개봉하니 기대해 볼 만한데.

김일란 "글쎄…1만명은 넘겠죠. 아니, 힘든가?"

홍지유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상영한다지만 막상 아무도 안 들어와 텅텅 빌 수도 있으니까.(웃음) 아, 방금 문자가 왔어요. 개봉 전날인 20일 대학로CGV에서 열리는 유료시사회 인터넷예매 분량이 매진됐대요. 매진 행렬이 이어지기를 기대해 봐야죠."(이들의 바람처럼 '두 개의 문'은 개봉 첫날부터 곳곳에서 매진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끝으로 관객들에게 당부의 말씀을 전한다면.

김일란 "부탁하고 싶은 말 한도 끝도 없는데 한가지만 꼽는다면, 영화를 보고 다른 분들한테 보지 말라는 얘기는 안 했으면 좋겠어요.(웃음) 너무 지치고 힘들고 어려운 영화니까. 그래도 보고 비판하자, 안 보고 비판하지는 말자는 얘기예요. 사실 조금씩 나오는 진상규명 요구 재점화라는 표현이 부담스러워요. 혹시 영화의 내용에 동의할 수 없다는 분들이 많아, 그게 진상조사로 가는 과정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해서…."

홍지유 "영화는 영화로 봐주시고, 거기서 해소되지 못한 부분은 각자 현실에서 목소리를 내주셨으면 해요. 국정조사 열어 김석기 출두시키자 그런 목소리가 온라인, 오프라인에서 쏟아져 나오는 그런 장면을 연출했으면 좋겠어요. 거기서 뵙고 싶어요."

이희정선임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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