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어지는 듯 했던 대형마트ㆍ기업형슈퍼마켓(SSM)의 '2ㆍ4주 일요일 휴무'가 뒤죽박죽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자체마다 휴무일이 달라질 수도 있고, 휴무일 지정 자체도 진통이 예상된다. 전통시장의 반발과 함께 소비자들의 혼란도 커질 전망이다.
24일 행정법원은 유통대기업들이 강동ㆍ송파구를 상대로 낸 영업시간제한 취소청구소송에서 "각 조례는 지방자치단체장이 공익 판단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박탈하고 의무적으로 영업제한을 할 수밖에 없도록 규정하고 있어 상위법인 유통산업발전법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지자체장이 판단해야 할 부분을 조례(지자체의회)가 강제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강동구 조례는 "구청장은 다음과 같이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무일을 명해야 한다. 영업시간 제한은 오전 0~8시까지, 의무휴무일은 매월 두 번째 일요일과 네 번째 일요일"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강동구와 송파구는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도 "적법한 절차를 밟아 조례를 개정하면 월2회 휴무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만약 항소심에서도 1심 판결과 동일한 결과가 나온다면 대부분 지자체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또 의견수렴절차가 충분하지 않은 점도 지적했기 때문에, 해당 지자체는 조례개정과정에서 대형마트측 입장도 반영해야 한다. 이 경우 유통업계는 당연히 2ㆍ4주 일요일 대신 월요일 등 다른 대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그 결과 지자체마다 서로 다른 요일을 정하게 되면, 현재처럼 70% 이상 대부분 대형마트와 SSM이 둘째, 넷째 일요일에 일괄적으로 쉬는 상황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대형마트들은 이번 판결이 대형 유통업체들에 대한 규제 일변도의 분위기에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다. 대형마트는 의무휴무로 매월 7~8%의 매출이 타격을 입는 것으로 자체 집계하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민주통합당에서는 19대 국회 출범 직후 의무휴무일을 월 2회에서 4회로 늘리고 영업시간 제한도 늘리는 등의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정치권의 일방적인 '대형마트 때리기' 움직임이 이번 판결로 조금은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번에 각 구청별로 우리 의견을 수렴하게 되면 우리 대형마트 쪽도 예를 들어 '전통시장 장날에 대형마트가 쉬는 대신 주차장을 제공한다'는 식으로 서로 상생하는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면서 "법원이 지자체장의 재량을 강조한 만큼 해당 지자체의 특성에 맞는 규제가 실시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자체별로 휴무일이 달라지고 소송 및 판결에 따라 조례 적용도 오락가락할 경우 소비자의 혼란은 불가피하다. 같은 서울시 내에서도 어떤 구는 의무휴무일이 그대로 유지되고 어떤 구는 소송 후 개정 절차를 밟아 일시 중단됐다가 개정 후 다시 휴업이 실시되는 등 각각 다른 일정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전통시장 등의 거센 반발도 예상된다.
이번 판결은 강동ㆍ송파구에만 적용되므로, 전국 120개 지자체에 소재지를 둔 대형마트와 SSM은 모든 지자체에서 각각 소송을 벌여야 한다. 현재 총 9곳(수도권 3곳, 지방 6곳)에서 소송이 진행 중인데, 업계는 나머지 지역에서도 소송에 나설 방침이다.
이미 이번 판결로 이번 주 휴무 예정이었던 강동구와 송파구의 6개 대형마트가 다시 문을 열기로 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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