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행정부가 북미접촉 수단인 식량지원 카드를 상실할 뻔했다. 지금까지 북미는 냉각 기간을 끝내고 대화를 시작할 때면 식량지원 문제를 협상카드로 사용했다. 지난 2월 북미합의도 1년 전부터 추진된 식량지원이 계기로 작용했다. 그러나 공화당은 식량지원이 결국 북한에 대한 보상이라며 반대해왔다. 공화당 연방상원 2인자인 존 카일 의원은 대북 식량지원의 돈줄을 아예 묶으려 했다. 그는 12일 평화유지를 위한 식량지원법으로 조성된 기금으로 북한 식량지원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농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대가를 원하는 북한의 대화 방법을 감안할 때,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앞으로 북미대화가 어려워지는 것은 자명했다.
이런 미 정부의 입장을 대신해 상원 외교위원장인 민주당 존 케리 의원이 나섰다. 한때 버락 오바마 정부에게 대북 대화를 주문했던 케리 의원은 18일 동일한 내용의 법 개정안을 제출하면서 예외조항을 두었다. 예외조항은 대통령이 국가이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상원 관련 상임위에 이를 보증하고 북한에 식량지원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카일 의원의 개정안을 무력화하고 지금처럼 북한 식량지원 여부를 정부 판단에 맡기는 내용이다. 두 의원의 개정안을 놓고 20일(현지시간) 오후 늦게 상원에서 표 대결이 이뤄졌다. 카일 의원 개정안은 찬성 43 대 반대 56, 케리 의원 개정안은 찬성 59 대 반대 40으로, 케리 의원의 승리였다.
그러나 미 정부는 케리 의원 개정안이 가결된 것에 안도할 상황이 아니다. 상원과 달리 공화당이 다수인 하원에서 유사한 개정안이 발의되면 저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농업법은 하원에서 7월에 처리될 예정이다. 하원은 작년 6월 본회의에서 카일 의원 개정안과 유사한 법안을 통과시킨 전례가 있다. 당시 대북 강경파인 공화당 에드 로이스 의원이 발의한 농업세출법 개정안은 구두 표결로 처리됐다. 이후 미 정부는 상원과 법안 협의 과정에서 문제의 내용을 삭제하기 위해 식량지원 조건으로 분배 감시 및 전용방지를 약속해야 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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