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집단무허가촌인 구룡마을에 주민 모두에게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일자리도 제공하는 새로운 재개발방식이 도입된다. 재개발계획의 핵심은 현재 거주중인 1,242가구(2,530명) 모두에게 임대아파트를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기초생활수급자에게는 영구임대아파트, 나머지 가구에는 공공임대아파트를 제공한다. 임대료와 보증금도 대폭 낮춰주기로 했다. 원주민들의 재정착을 돕자는 취지다.
무엇보다 현지 주민을 떠나게 하는 기존의 재개발사업과 다르다는 점이 주목을 끈다. 임대아파트 제공과 함께 공동텃밭, 공동작업장 등 마을 발전에 필요한 일자리 창출시설, 의료지원단지 등을 유치키로 한 것은 혁신적인 발상이다. 기존 구룡마을 공동체가 흩어지지 않고 존속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구상이다. 토지주와의 보상협의 등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주민들에게 재정착 기회를 제공하는 새로운 개발사업 모델로 평가할 만하다.
구룡마을 재개발 방식을 계기로 현재 전면철거 위주의 도시정비사업 패러다임을 적극 전환할 필요가 있다. 그 동안 재개발사업은 동네를 허물고 대단지 아파트를 짓는 천편일률적 방식이어서 거주형편이 안 되는 원주민들이 밀려나는 등 공동체를 파괴해왔다. 도심재개발사업도 낡은 건물을 부수고 대형건축물 위주로 정비하면서 도심의 역사성과 골목길 등 지역특성이 훼손되는 문제점이 제기됐다. 서민들과 애환을 함께 하던 종로 일대의 피맛길이 재개발사업으로 사라지고 흉물스런 대형건물이 들어선 게 대표적인 사례다.
그런 점에서 서울시가 인사동 정비사업을 추진하면서 서울이 갖는 600년 역사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재개발키로 한 것도 바람직한 결정이다. 밀집된 노후 건축물을 정비하면서도 기존 골목길과 옛 정취를 그대로 보전한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철거위주의 재개발ㆍ재건축 대신 기존 주택가를 보존하는 방식으로 도시정비사업을 전환하는 내용의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지난 5일 제출한 것도 긍정적이다. 도시 서민들에게는 주거복지가 다른 어느 분야 못지 않게 소중하다는 인식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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