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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가뭄…타는 농심/ 지하수마저 찔끔…"70평생에 이런 가뭄은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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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가뭄…타는 농심/ 지하수마저 찔끔…"70평생에 이런 가뭄은 처음"

입력
2012.06.22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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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충남 홍성군 서부면 양곡리의 들녘. 모내기를 마친 논바닥이 마치 거북이 등처럼 쩍쩍 갈라져 있었다. 지대가 높아 아직 모내기조차 못한 천수답에서는 흙덩이가 부서지며 먼지가 뿌옇게 날렸다. 인근 계곡에 설치된 중형 관정은 지하 150m에서 뽑아 올린 지하수를 찔끔찔끔 뿜었지만 석회질이 잔뜩 섞여 탁해 보였다. 김남수(70)씨는 "지하수까지 말랐는지 관정을 파도 물이 잘 안 나오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전북 완주군 구이면 구이저수지 상류에서 만난 송성환(72)씨도 바싹 마른 저수지 바닥을 가리키며 "70 평생 이런 가뭄은 처음"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송씨는 "지난해 이맘때에는 피서객들이 저수지에서 수영을 했다"며 "가뭄으로 밭 작물 수확량이 지난해보다 20% 이상 줄어 들 것 같아 걱정이다"고 말했다.

사상 최악의 가뭄으로 전국이 바싹 타 들어가고 있다. 농작물 피해가 확산되고 있지만 오매불망 기다리는 비 소식은 들리지 않아 농심은 숯덩이처럼 새카맣게 변했다.

충남도에서 가뭄이 가장 심한 곳은 서산시, 홍성ㆍ태안군 등 서북부 지역. 5월 이후 강수량이 14.5㎜로 지난해 같은 기간 102㎜의 14%에 머물고 있는 서산에서는 5개 마을 200가구가 당장 마실 물이 없어 고생하고 있다. 제한급수를 받고 있는 음암면 율목리 유재길 이장은 "폐관정을 다시 살려서 생활용수로 쓰는데 녹물을 빼내고 나면 정작 쓸 물은 별로 없다"고 하소연했다.

현재 충남도 내 저수지 931개의 평균 저수율은 30.1%로 전국 평균 45.8%를 크게 밑돈다. 물이 완전히 고갈된 저수지가 115곳이나 되는 등 절반이 넘는 476곳(51.1%)이 기능을 상실했다. 저수지 물마저 말라 버리자 충남 홍성군에서는 아직 논 59ha에서 모내기가 이뤄지지 않았고, 모내기를 한 논에서도 물이 증발하며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5월부터 현재까지 강수량이 평년의 22.8%인 39.8㎜에 그친 전북지역에서도 논 3,452ha에 아직 모내기를 하지 못했다.

강원도에서도 춘천, 홍천 등 영서지역에서 밭 작물 피해가 늘고 있다. 홍천군 남면 시동1리 돌벼루 마을의 경우 소방차로부터 하루 6,000ℓ씩 비상급수를 받아 식수만 겨우 해결하는 터라 본격적인 농사는 아직 시작도 못했다.

출하를 앞둔 감자농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농협 등에 따르면 춘천 일대에서 재배 중인 감자 30% 정도가 말라 죽거나 상품성이 크게 떨어지는 상황이다. 감자는 크기에 따라 1~6등급으로 구분하는데 현재 70%가 3~6등급이다. 예년에는 어린아이 주먹만하던 감자가 올해는 탁구공 크기도 안 될 정도이다.

가뭄피해가 심각하자 목포시는 함평군 대동면의 대동댐 물을 일대 농경지에 공급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까지 목포시민이 생활용수로 쓰던 대동댐은 저수량이 900만톤 정도로 아직은 상황이 나은 편이다. 이창엽 한국농어촌공사 전북본부장은 "7월 초까지는 비가 오지 않아도 저수량를 탄력적으로 이용하면 견딜 수 있겠지만, 그 이후에도 기대한 만큼의 비가 오지 않으면 올해 농작물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기도의 경우 저수율이 지난해 동기의 53%에 비해 현저히 낮은 30% 대로 떨어지자 한국수자원공사와 협의해 이날부터 팔당호 물을 공급하는 특단의 대책에 돌입했다. 1973년 팔당댐을 건설하며 조성된 팔당호 물을 가뭄 지역에까지 끌어오는 것은 올해 처음이다.

팔당호 물을 받는 저수지는 농업용으로 사용되는 시흥시의 소래저수지와 물왕저수지다. 도와 수공은 가뭄 해소 때까지 두 저수지에 하루 3만톤 가량의 물을 공급할 계획이다. 저수지에 보내는 물은 약품처리 이전의 원수로 톤당 가격은 60원이고, 물은 수공의 광역상수도관을 통해 보내진다. 두 저수지를 택한 것은 주변에 농경지가 있고 기존에 수공이 운영하는 광역상수도관이 연결되기 때문이다. 팔당호에서 시흥까지 매설된 지름 1,100㎜ 광역상수도관로는 150㎞에 이른다. 도와 수공은 가뭄 지역에 추가로 물을 공급할 수 있는 광역상수도관이 있는 지 파악 중이다.

전주=최수학기자 shchoi@hk.co.kr

청주=한덕동기자 ddhan@hk.co.kr

수원=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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