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토요 에세이] 아이들의 눈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토요 에세이] 아이들의 눈물

입력
2012.06.22 12:06
0 0

아이들이 울고 있다. 우리의 자녀들이 고통 속에 신음하고 있다. 누구도 나를 지켜줄 수 없다는 절망감이 어린 학생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자녀들의 한숨을 멈추게 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학원 폭력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 정도는 아니었다. 어디나 언제나 폭력이 사라진 적은 없지만 정말 이 정도는 아니었다. 학원폭력은 이제 나라의 근간을 뒤흔들기에 이르렀다. 한 학생의 말이 귓전을 맴돈다. "학교에만 가지 않을 수 있다면 이 세상 어디라도 가고 싶습니다." 정말 학교가 어떻게 변했길래 학생들이 학교에 진저리를 치는가.

이달 초 대구에서 친구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한 한 고등학생이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쪼그려 앉아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폐쇄회로(CC)TV에 그 모습이 담긴 지 7시간 후에 이 학생은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끊었다. 16년의 짧은 삶을 마감했다. 그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단 말인가. 대구에서만 지난 반 년간 학생 8명이 목숨을 버렸다. 이제 청소년들의 사망원인 1위는 교통사고가 아니라 자살이다. 더욱 놀랄 일은 실제 자살에 이르는 학생은 한 명이지만 자살을 시도하는 학생은 200명이나 된다는 점이다. 나이든 사람들 경우는 네 명이 시도하다 한 명이 자살하는 반면 학생들의 자살시도는 어른들의 50배다.

지극히 정상인 학생들에 대한 폭력도 문제지만 장애학생에 대한 폭력도 너무나 부끄러운 현실이다. 전국의 8만 명 이상의 장애 학생들이 그야말로 아무 대책 없이 학원 폭력에 방치된 상태이다. 지난 해 조사에 따르면 초중고생의 12%가 장애 학생들을 놀리거나 따돌린 일이 있다고 응답했다. 현재 장애학생들의 70%가 정부의 통합교육 장려 정책에 따라 비장애 학생들과 함께 학교를 다니지만 이들을 맡아야 할 특수 교사는 태부족이다. 더구나 장애 학생에 대한 학교 폭력과 괴롭힘에 대한 처벌도 교내 봉사나 접촉 금지와 같은 가벼운 징계가 대부분이어서 피해사례가 줄어들 기미는 없다.

아이들의 고통과 눈물은 아이들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아이들의 피해는 가정을 뒤흔든다. 부모들도 아이들이 아파하는 이상의 고통에 시달린다. 어느 부모가 자기 자녀들의 고통에 무심할 수 있을까. 그러나 학부모가 학교와 제도에 아무리 분노해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들의 부모 간에 갈등이 커지고 있다. 아이 싸움이 어른 싸움이 되는 일이 잦다. 부모 입장에서는 가해학생도 피해자로 여겨지는 탓이다. 정부가 뒤늦게 학원 폭력을 근절하겠다고 나섰지만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이미 너무 많은 상처를 입었다. 누가 어떻게 이들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을까.

왜 이렇게 학원 폭력이 만연하나. 어른들 때문이다. 잎이 시드는 것은 뿌리가 약하기 때문이고 아이들이 고통 받는 것은 어른들이 악하기 때문이다. 어른이 아이를 버렸다. 누가 버렸느냐고 강변할지 모르지만 사회가 아이들을 버렸다. 세상이 돈과 성과 권력에 눈이 멀었는데 아이들이 학교에 간들 무엇을 배울까. 사람을 돈 버는 수단으로 삼고 음란하고 타락한 성을 거리낌 없이 확산하고 난장판 권력의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면서 아이들이 바로 자라기를 어떻게 기대할 수 있을까.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없는 사회는 미래가 없는 사회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위해 미래를 버렸다. 우리는 우리의 이익에 눈이 멀어 자녀를 팔았다. 아이들이 흘리는 눈물보다 더 많은 눈물을 어른들이 흘리지 않는다면 회복은 더욱 멀어질 것이다. 우리 모두가 한마음으로 아이들과 같이 울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어야 한다. 울음이 변하여 웃음이 될 때 비로소 온 국민이 희망을 노래할 것이다.

조정민 온누리교회목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