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가 녹는다. 헤엄치며 찾아봐도 발 디딜 곳이 보이지 않는다. 수백㎞를 헤엄쳐 겨우 쉴 만한 빙하를 찾는가 하면, 도중에 지쳐서 죽기도 한다. 멸종 위기종 북극곰 이야기다. 세계자연보호연맹(WCU)은 전 세계에 사는 2만~2만5,000마리 북극곰 가운데 60% 이상이 지구온난화로 사라질 거라 경고한다. 그런데 미국 하버드 의대 건강 및 지구환경연구소 부소장을 역임한 폴 엡스타인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북극곰보다 인간이 위험하다."
매년 전 세계에선 20명 중 한 명이 말라리아에 걸린다. 자그마치 3억명. 미국 인구와 맞먹는다. 그중 2010년에만 120만명이 사망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말라리아 백신을 개발하진 못했다.
문제는 앞으로 더 큰 말라리아 피해가 닥칠 거라는 점이다. 지구의 기온이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0년간 지구의 평균기온은 0.8도 상승했다. 같은 기간 한국의 기온은 1.5도 올랐다. 모기 속에 있는 말라리아 기생충은 기온이 따듯할수록 성장속도가 빠르다. 치사율이 가장 높은 열대말라리아 열원충이 모기 몸에서 완전히 성숙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18도에서 56일이다. 22도에서는 19일, 30도에서는 8일이면 충분하다.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에는 기온이 0.5도만 올라도 모기의 수가 2배 늘어난다는 연구결과도 실렸다. 그만큼 말라리아가 빠르게 전파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진다.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칼럼리스트 댄 퍼버와 엡스타인 박사가 쓴 <기후가 사람을 공격한다> 는 먼 나라 이야기로만 여겼던 기후변화가 식량, 공중보건 등 인류의 삶을 얼마나 위협하는지 조목조목 파헤친다. 환경운동가, 생태학자가 아닌 의사가 이런 책을 썼다는 게 눈길을 끈다. 기후가>
기후변화의 공격은 전방위적이다. 2003년 유럽에선 무더위로 5만2,000명이 사망했다. 미국에서만 매년 더위로 1,500명이 죽는다. 허리케인, 태풍, 홍수, 지진으로 인한 인명피해를 합친 것보다 많다. 게다가 자연재해와 달리 무더위는 건물을 무너트리지 않고도 조용히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다. 지금도 안전한 식수를 공급받지 못하는 사람이 10억명인데, 만년설이 사라지고 가뭄이 잦아지면 물은 더욱 희소 자원으로 변하게 된다. 농작물 경작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구의 평균기온이 지금보다 1도 오르면 쌀, 밀, 옥수수의 수확량은 10% 감소한다. 물 부족에 식량난까지 겹치게 되는 꼴이다.
어업 역시 마찬가지다. 생태학자들은 굴을 '쐐기돌 종(種)'이라 부른다. 쐐기돌을 빼면 무너지는 것처럼 생태계를 보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뜻에서다. 실제 굴은 바다 속의 오염물질을 없앤다. 이렇게 정화하는 물의 양은 하루 114~190리터에 달한다. 그런데 바다의 수온이 오르면서 굴에 기생하는 기생충의 활동반경이 크게 늘어났고, 굴 서식지는 빠르게 없어지고 있다. 물고기의 산란장소가 되는 산호초도 이미 전 세계의 27%가 사라졌다. 나머지도 파괴에 대단히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다. 어획량이 줄어드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 저자는 어획량이 줄면 기근(饑饉)에 시달리게 될 거라 말한다. 현재 어패류는 개발도상국 주민 28억명에게 동물성 단백질 20~50%를 공급한다.
저자는 국제사회가 토빈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토빈세는 국가 간 통화거래에 매기는 세금이다. 달러당 2.5페니만 세금으로 징수해도 매일 2조 달러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 대규모 환경개발기금으로 다양한 환경사업을 벌일 수 있고, 부유한 금융 투자가의 세금으로 조성하기 때문에 국가 간의 차별이 없다는 게 장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원제 CHANGING PLANET, CHANGING HEALTH.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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