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과 저항/사토 요시유키 지음ㆍ김상운 옮김/난장 발행ㆍ352쪽ㆍ2만원
1990년대 국내 지성계를 풍미한 포스트담론은 프랑스 구조주의와 포스트구조주의, 이 조류의 영향을 받아 등장한 각종 담론을 총칭하는 말이다. 일본의 신진 이론가 사토 요시유키는 이 포스트담론의 대표적인 사상가 푸코, 들뢰즈, 데리다, 알튀세르의 이론을 독특하게 읽어내며 21세기 신자유주의 시대, 권력에 저항하는 전략을 제시한다.
포스트담론이 오해 받는 지점은 이 이론가들이 자본주의와 권력을 비판하면서 그것의 극복방법은 사유하지 않는 니힐리즘적 태도다. 저자는 이 비판을 오해라고 일축하며 이들이 대표작에서 은유한 저항 방식을 소개한다. 책은 크게 2장으로 나뉜다. 1장에서는 푸코와 들뢰즈ㆍ가타리의 대표작을, 2장에서는 알튀세르와 데리다의 텍스트를 말한다.
푸코와 들뢰즈ㆍ가타리에게 저항은 권력에 '복종하는 주체'가 된 사람들이 스스로 자기 자신을 바꾸는 것이다. 알튀세르와 데리다에게 저항이란 권력장치들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사건'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주체와 사건 모두 현대 사상계의 핵심적인 화두다. 우리의 예로 설명하자면 2008년 촛불시위가 정치적 지형을 바꾼 하나의 사건이라고 가정할 때, 전자는 이 시위의 참여주체에 주목하는 것이고, 후자는 촛불시위란 운동에 주목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상가들의 저항 전략은 무엇일까. 저자는 푸코와 들뢰즈ㆍ가타리의 저항 전략은 '주체의 양상, 사유와 삶의 양식을 변용하는 것'(320쪽)이라고 말한다. 저항은 '권력에 복종하는 주체가 자신의 특이성을 구축함으로써'(푸코), 혹은 '자본주의가 내재한 특이성에서 벗어나는 탈코드화 운동을 통해'(들뢰즈ㆍ가타리) 가능하다. 쉽게 말해 작금의 자본주의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만의 가치관을 가지라는 말이다.
복잡다단한 사고와 현란한 논리체계로 정평이 난 사상가들의 개념과 정의를 갖고 논리를 전개하는 책이라 일반인들이 접근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포스트담론을 공부하고 관심을 가져온 독자들에게는 기념비적인 저작이 될 만하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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