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바둑가에서 갑자기 TV드라마 한 편이 크게 화제가 되고 있다. 5월 말부터 시작한 SBS 월화 드라마 '추적자'다. 어린 딸과 아내를 억울하게 잃은 강력계 형사가 거대한 음모에 맞서 스스로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 나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탄탄한 스토리와 빠른 사건 전개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원래 바둑 동네 사람들은 연예계 소식에 비교적 무심한 편인데 최근 바둑가에서 유독 이 드라마가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2009년 후지쯔배 우승자 강동윤과 올해 비씨카드배를 품에 안은 백홍석, 두 명의 세계 정상급 프로기사가 나란히 드라마에 나온다는 입소문이 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이들이 드라마에 출연하는 건 아니고 주인공의 극중 이름이 강동윤과 백홍석이다.
무섭도록 냉정 침착하고 치밀한 성격에 때로는 교활하기까지 한 '대선후보' 강동윤(김상중 분). 억울하게 희생된 가족의 복수를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고 홀로 맞서 싸우는 '강력계 형사' 백홍석(손현주 분). 이들의 극중 캐릭터가 평소 수읽기가 강해 상대가 조금만 빈틈을 보이면 이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결국 승리를 챙기는 강동윤이나 강펀치를 주무기로 상대가 강할수록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일전불사형 백홍석의 평소 바둑 스타일과 절묘하게 어울려 더욱 바둑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바둑 동네 사람들 중에는 강동윤과 백홍석이 드라마에 나온다는 얘기를 듣고 궁금해서 채널을 돌렸다가 고정팬이 됐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작가 박경수도 평소 바둑을 상당히 좋아한다는데 자신의 첫 단독 집필 드라마의 주인공에게 굳이 프로기사 이름을 지어준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 확실치 않지만 최근 시청률 고공행진에 바둑팬들이 적잖이 기여한 게 틀림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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