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기 황제' 예멜리야넨코 표도르(36∙러시아)가 전쟁터인 링을 떠나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다.
표도르는 22일(한국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M-1 챌린지 대회에서 페드로 히조(37∙브라질)를 상대로 1라운드 1분24초 만에 KO승을 거뒀다. 초반 탐색전을 벌이던 표도르는 1분10초가 넘어가면서 로우 킥을 시작으로 강력한 펀치를 날려 경기를 마무리했다. 그는 경기를 마친 뒤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제 끝내야 할 것 같다"며 은퇴를 선언했다. 통산 성적은 34승4패.
표도르가 은퇴 의지를 굳힌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가족이다. 표도르는 "그 동안 딸과 너무 오래 떨어져 있어 지금 링을 떠나야 하는 시간"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흐르는 세월을 거스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파이터 생활을 계속 할만한 환상적인 제안이 더 이상 들어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쏜살같이 치고 들어가 휘두르는 빠른 펀치와 상대 중심을 쉽게 무너뜨리는 테이크다운 능력이 예전만 못하다. 거액의 대전료가 표도르에게 제시되지 않는 이유다.
표도르는 2000년 일본의 링스 단체를 통해 종합격투기 무대에 데뷔했다. 유도와 러시아 전통 무예 삼보를 바탕으로 한 기술이 통했다. 불리한 포지션에 놓여도 특유의 유연함으로 빠져 나와 전세를 뒤집었다. 링 밖에서는 푸근한 미소가 가득한 그였지만 링 위에서는 180도 바뀌었다. 링스에서 10승1패를 기록한 표도르는 2002년에는 프라이드로 무대를 옮겨 전성기를 구가했다. 2002년 6월24일 프라이드 데뷔전에서 네덜란드 파이터 세미 슐트를 꺾고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후 히스 헤링(미국)을 제압한 데 이어 헤비급 챔피언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브라질)마저 판정승으로 이겼다. 표도르는 프라이드에서 단 한번도 지지 않고 16연승을 질주해 '60억분의 1의 사나이'로 불렸다.
표도르는 프라이드가 재정난으로 해체되자 어플릭션, 스트라이크포스로 잇따라 이적했다. 스트라이크포스에서는 재미를 못 봤다. 심지어는 충격의 3연패를 당했다. 파브리시오 베우둠, 안토니오 실바(이상 브라질), 댄 핸더슨(미국)에게 내리 패했다. 기량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아 세계 최고 종합격투기 무대인 UFC로부터는 외면 당했다. 결국 지난해 러시아에 본거지를 둔 M-1에서 두 차례 승리를 따내며 UFC 입성을 노렸지만 계약이 불발되며 은퇴를 생각했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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