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아누 호날두(27ㆍ레알 마드리드)와 리오넬 메시(25ㆍ바르셀로나)는 숙명의 라이벌이다. 펠레(브라질)-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와 달리 두 사람은 같은 시기에 전성기를 보내고 있고 지구상에 존재하는 최고 앙숙 팀에 각각 몸담고 있다.
플레이 스타일은 판이하게 다르지만 두 사람은 상당히 많은 공통 분모를 지니고 있다. 소속 팀에서 펄펄 날지만 상대적으로 A매치, 특히 '메이저 대회'에 약한 면을 보였다는 것이 그 중 하나다. 그러나 최근 두 사람 모두 대표팀에서도 소속 팀 못지 않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메시가 A매치에서 잇달아 득점포를 터트리자 호날두도 질세라 유로 2012에서 '최고 해결사'로 떠오르고 있다.
메시는 바르셀로나에서는 영웅 대접을 받지만 고국 아르헨티나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대표팀에서 부진했기 때문이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무득점에 그쳤고 홈에서 열린 2011 코파 아메리카(남미선수권)에서도 8강에서 탈락하며 국민적인 성토 대상이 됐다.
그러나 메시는 올해 들어 A매치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3월 스위스와의 친선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작렬했고 3일(이하 한국시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열린 에콰도르와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지역 예선전에서 1골 1도움으로 4-0 대승을 주도했다. 10일 미국 뉴저지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친선 경기에서는 또 다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4-3 승리를 이끌었다. 올해 출전한 A매치 3경기에서 7골 1도움을 쓸어 담았다. 바르셀로나에서의 활약에 버금간다.
호날두는 유로 2004에서 스타덤에 올랐지만 이후'메이저 대회'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유로 2008과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월드컵 본선에서 각각 1골에 그쳤고 팀은 토너먼트 첫 번째 관문을 넘지 못했다. '큰 경기에 약하다'는 비난이 날아 들었다. 그는 유로 2012에서도 독일과의 조별리그 1차전과 덴마크와의 2차전에서 무득점으로 부진했다. 관중들이 그를 향해 메시의 이름을 연호하며 조롱했다. 호날두는 경기 후 "메시는 지난해 코파 아메리카에서 홈 이점에도 불구하고 8강에서 탈락했다. 나는 그보다는 낫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호날두는 이후 자신의 주장을 그라운드에서 입증하고 있다. 네덜란드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두 골을 뽑아내며 2-1 역전극을 연출했고, 22일 폴란드 바르샤바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체코와의 8강전에서도 후반 34분 멋진 다이빙 헤딩슛으로 선제 결승골을 뽑아냈다. 1-0으로 승리한 포르투갈은 스페인-프랑스전의 승자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호날두는 팀의 사활이 걸린 2경기에서 잇달아 결승골을 터트리며 '큰 경기에 약하다'는 선입견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게 됐다.
호날두와 메시 모두 올 시즌 소속 팀과 대표팀에서 맹활약을 이어가고 있어 2012년 국제축구연맹(FIFA) 발롱도르 쟁탈전에 벌써부터 눈길이 쏠린다. 메시는 2011~12 시즌 73골을 작렬하며 게르트 뮐러(독일)가 보유하고 있던 유럽리그 한 시즌 최다 골 기록(67)을 훌쩍 넘어섰다. 호날두는 60골을 터트리며 레알 마드리드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우승을 이끌었고 유로 2012에서 포르투갈 공격을 혼자서 책임지고 있다. 유로 2012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끈다면 메시의 최다 골 기록보다 높은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