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의 기전, 명인전에서 본선 진출과 특별 입단해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 26일부터 막이 오르는 제40기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 통합 예선에 출전하는 아마추어 대표 8명의 한결 같은 바램이다.
프로 기전에 출전하는 아마추어에게는 대국료가 지급되지 않는 대신 성적에 따라 소정의 입단 포인트를 부여, 누적 점수가 100점을 넘으면 특별 입단이 허가된다. 명인전의 경우 통합 예선 8강에 오르면 10점, 4강 20점, 결승 진출에 30점이 주어지고 본선 16강에 오르면 50점, 8강은 80점, 4강이면 100점을 받는다.
그동안 수많은 아마추어들이 프로 기전에 출전했지만 입단 포인트 100점을 확보해 특별 입단의 행운을 잡은 건 지난 해 명인전에서 조인선이 유일하다. 조인선은 통합 예선을 통과한 데 이어 본선 8강까지 진출해 입단 포인트 누적 점수가 100점을 넘어 특별 입단의 행운을 잡았다.
이 뿐 아니다. 작년에 조인선과 함께 명인전 본선에 오른 황재연 역시 대회 기간 중 입단대회를 통과해 프로 입문에 성공했다. 이후 프로를 지망하는 아마 강자들 사이에서 명인전이 본선 진출과 특별 입단,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행운의 기전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그러나 기대만큼 쉬운 건 아니다. 통합 예선을 통과해 본선에 오르려면 최소한 4~5연승을 해야 한다. 22대 1이 넘는 높은 경쟁률이다.
올해 명인전 통합 예선에 출전하는 아마추어 대표들은 모두 8명. 지난 17일 아마 선발전을 통해 신민준, 최우수, 최현재, 이현준, 정승현, 박창명, 채민혁, 김정훈이 통합예선 출전권을 따냈다. 모두들 이미 아마 바둑계서 짭짤하게 소문난 강자들이다.
이 가운데 특히 열세 살 신민준이 눈길을 끈다. 아마 대표는 물론 통합 예선 출전자 244명 중에서 가장 나이가 어리다. 국내 최연소 프로 기사인 이동훈(14)과 양천대일도장 선후배 사이로 오래 전부터 다음 세대 한국 바둑의 대들보감으로 주목받고 있다. 오는 7월에 열리는 14세 미만을 대상으로 한 영재 입단 대회를 앞두고 맹훈련 중이다. 프로 기전 통합 예선 출전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평소 도장에서 선배 프로들과 연습 바둑을 많이 뒀기 때문에 별 부담은 없다. "최소한 세 판은 이기고 싶다"고 당차게 포부를 밝힐 정도다. 가장 좋아하는 프로는 이세돌 9단이며 '얼마나 잘 두는 지 한 번 경험해 보고 싶어서' 가장 두고 싶은 상대 또한 이세돌이란다.
최현재(19 · 충암도장)도 주목 대상이다. 올해 내셔널리그서 전승을 기록해 소속팀인 충청북도를 1위로 끌어 올린 일등공신이다. 그동안 비씨카드배 본선 진출 등으로 이미 입단 포인트 50점을 확보해 이번에 명인전에서 본선에 오르면 즉시 프로 면장을 받을 수 있다.
이현준(18 · 골든벨도장)은 올해 세계바둑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했다. 작년에 BC카드배 통합 예선 결승에서 중국의 무명 신예 당이페이와 마주쳤다. 충분히 해 볼 만한 상대라고 생각했는데 손이 너무 빨리 나갔다. 1년 후 동갑인 당이페이는 BC카드배 결승 무대까지 밟으며 훨훨 날고 있는데 자신은 아직도 입단을 준비하고 있으니 답답한 마음이다. 입단 문호가 더 넓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정승현(18 · 유재성 도장)은 한국기원 연구생 말년이다. 꽤 오랫동안 슬럼프를 겪었다. 통합 예선 진출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대회를 슬럼프 탈출의 기회로 삼고 싶다.
김정훈(20·충암도장)은 나이가 차서 지난해 연구생을 나왔다. 올해 두 번 째 통합 예선 진출이다. 얼마 전 비씨카드배서는 경솔하게 두다가 김승준 9단에게 졌다. 좋은 경험이었다. 앞으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나이 많은 아마추어들은 상대적으로 마음이 급하다. 박창명(21 · 충암도장)은 "이번 대회서 꼭 본선 4강까지 올라가 바로 입단하는 게 목표지만 현실적으로는 입단 포인트를 최대한 벌어 놓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 다른 선수들도 직접적으로 표현을 하지 않았을 뿐 똑같은 심정일 것이다.
채민혁(21· 양천대일)은 다음 달 군 입대 예정이다. 명인전 통합예선이 마지막 공식 대회가 되는 셈이다. 아쉽지만 마음을 비우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뿐이다.
아마추어 선수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최우수(22 · 양천대일)는 내셔널리그에서도 활약하고 있는 전국구 강호다. 프로 기전 통합 예선 진출 경험도 이미 여러 차례다. 경험이 많은 만큼 좌절도 컸다. 이번에도 큰 기대는 않는다. 구체적으로 몇 승을 하겠다는 목표도 없다. 그냥 한 판 한 판 열심히 두겠다는 생각이다. 내년 1월에 입대 예정이어서 요즘 좀 우울한 심정이다.
박영철 객원 기자 indra36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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