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혹은 시인의 입장으로 종종 독자들을 만나게 된다. 이런저런 이벤트로 독자와의 만남이라는 자리가 자주 주선되다보니 둘 사이의 관계가 전에 없이 스스럼없어지게 된 것도 사실이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는 우편물 아니면 작가가 직접 쓴 원고를 들고 출판사를 찾아야 했고, 그제야 비로소 출판사 직원도 작가의 얼굴을 확인하던 때니 요즘같이 근접해진 거리감을 어디 상상이나 했을까.
편집자라면 장점의 면면을 더 늘어놓겠지만 시인이라면 단점의 면면을 더 토로하고 싶은 심정이다. 시인을 만나는 자리에 초대되어 왔으면 시인의 시 몇 편은 읽고 자리하는 게 기본적인 예의일 텐데 오자마자 맨 앞에 앉아서는 코 골고 자는 이들 여럿 봐왔기 때문이다.
어디 그뿐이랴. 질문이랍시고 다짜고짜 이 시 언제 어디서 왜 썼는지 취조하듯 묻는 이들도 한둘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남의 시를 읽는 열린 눈만큼 남의 시를 들을 줄 아는 열린 귀의 기울임, 이것이야말로 온전히 시를 가지는 유일한 방법일 텐데 왜 우린 뭐가 있다 싶어 자꾸만 캐물을까, 그로 그렇게 단순해지려 할까.
일요일까지 코엑스에서 2012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린다. 캐치프레이즈가 책을 펼치면 미래가 보인다, 라지. 출판사들이 책만 파는 게 아니라 작가와의 만남도 여럿 준비했다니 슬렁슬렁 지나가다 어디 한번 들어보면 어떨까. 책을 읽는 작가들의 목소리를 심장에 새기는 일도 독서의 한 방법일지니.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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