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영토의 4분의 1이 넘는 남중국해를 자신의 관할 해역이라며 행정구역으로 공식화해 파문이 일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21일 하이난(海南)성 시사(西沙)ㆍ중사(中沙)ㆍ난사(南沙)군도 사무소를 폐지하고 지(地)급 샨사(三沙)시를 설립해 이 지역의 섬과 산호초, 해역 등을 관할하는 안을 비준했다고 밝혔다. 국무원 산하 민정부 대변인은 신화통신 인터뷰에서 "샨사시 인민정부가 시사군도의 융싱다오(永興島)에 설치될 것"이라며 "이번 조치는 시사ㆍ중사ㆍ난사군도와 그 해역의 행정 관리와 건설, 개발, 남중국해 해양 환경 보호 등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샨사시의 관할 면적은 260만㎢로 중국 영토(959만㎢)의 4분의 1이 넘는다고 중국 언론들은 전했다. 이 곳은 군사 요충지인데다 천연가스와 원유 등 자원이 풍부해 중국과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이 치열하게 영해 분쟁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의 이번 조치를 놓고 관련국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중국은 2007년 하이난성의 현(懸)급시로 샨사시를 설립, 서사ㆍ중사ㆍ난사군도를 관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베트남 등에서 항의 시위 등이 빗발치자 그 사실을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지급 시는 현급 시보다 한 단계 승격된 행정구획 단위이며 중국에선 비교적 큰 시를 일컫는다. 이에 따라 중국이 이번에 지급 샨사시 설립을 공식화한 것은 과거 현급 샨샤시 설립을 기정사실화하는 동시에 이 지역을 본격 실효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조치는 실제로 베트남 국회가 20일 해양법 개정을 통해 남중국해의 시사ㆍ난사군도가 베트남의 주권 관할 범위에 있다고 규정하는 강수를 둔 뒤 나온 것이기도 하다. 장즈쥔(張志軍)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21일 주중 베트남 대사를 외교부로 초치해 베트남의 해양법 개정이 "명백한 불법이고 무효"라고 강조했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시사ㆍ난사군도는 중국의 영토이고 중국은 해당 섬과 부속 해역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없는 주권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중국과 베트남 및 필리핀의 남중국해 영해 분쟁이 앞으로 더욱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샨사시 설립을 공식화한 만큼 이에 대한 행정력을 실행하려 들 것이고, 일부 섬을 이미 실효 지배 중인 베트남은 이를 수용할 리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은 베트남 공군의 수호이-27 전투기 2대가 15일 난사군도 일대를 순찰하고 돌아가자 크게 반발하기도 했다. 중국은 황옌다오(黃巖島·스카보러 섬) 영유권 문제를 놓고 필리핀과도 3개월 째 마찰을 빚고 있다.
이번 조치를 놓고 미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주목된다. 중국이 2010년 남중국해를 '핵심이익'으로 규정하자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중국의 야욕을 강력 규탄한 바 있다. 이후 미국은 베트남 및 필리핀과 공조를 강화하고 있으며 미 국방장관은 최근 1975년 베트남 종전 이후 처음으로 베트남을 방문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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