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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정전 대비 훈련 첫 실시/ "블랙아웃, 훈련이지만 아찔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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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정전 대비 훈련 첫 실시/ "블랙아웃, 훈련이지만 아찔했어요"

입력
2012.06.2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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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대규모 정전사태 때 한번 아찔한 경험을 해보니까 이런 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21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염리동 삼성래미안 아파트. 요란하게 울리는 사이렌 소리와 함께 주민들은 집안의 전등, 냉장고, 수족관의 온도조절기, 선풍기, 에어컨 등 전기로 돌아가는 모든 가전기기를 껐다. 이 아파트 주민인 오모(45ㆍ영어강사)씨는 "지난해 9월 '블랙아웃' 당시 백화점 지하 매장 불이 순식간에 다 꺼지니까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고 갑자기 아수라장이 됐다"며 "불편하지만 이런 짧은 훈련으로 대규모 정전사태를 대비하고 예방할 수 있다면 불만은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사상 처음으로 20분간 전국적인 정전 대비 위기대응훈련을 실시한 이날 공공기관은 의무 단전을, 가정 상가 기업 등은 자발적 절전을 했다. 이금진 한국전력거래소 홍보전략팀 차장은 "실제 전력 위기가 닥쳤을 때를 가정한 대비의 목적도 있지만, 단전 또는 절전의 효과를 국민들이 체감하게 해 정전 사태를 예방하려는 취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발생한 대규모 순환정전 사태를 기억해서인지 시민들은 대부분 순탄하게 훈련을 받아들였다. 특히 지난해 정전 사태 때 전국적으로 400여건의 승강기 구조 신고가 접수됐던 점을 감안한 가상 훈련도 실시됐다. 지하철 영등포구청역에서는 정전으로 멈춘 승강기를 발견한 공익근무요원이 "사람이 갇혔습니다"라고 소리치자, "즉시 출동" 지시를 받은 역무원이 승객을 안심시킨 뒤 비상 열쇠를 이용, 수동으로 승강기를 열어 구조하는 상황을 연출했다. 안에서 실신했던 승객은 대기하던 119구조대원에 의해 실려나갔다. 이 역에서는 갑작스런 정전으로 전동차 안의 불이 꺼지고 출입문이 열리지 않았을 때를 대비한 훈련도 벌어졌다. 이를 지켜본 주부 박희정(43)씨는 "실제로 정전 때문에 플랫폼이 아닌 터널 내에서 전동차가 멈추면 빠져나갈 방법이 없을 것 아니냐"며 "지하철 당국이 이에 대한 대비책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중구 정동의 창덕여중에서는 선풍기 바람마저 쐴 수 없게 되자 학생들이 더위를 호소하기도 했지만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이 학교 3학년 임수현(15)양은 "우리 학교는 교실에 에어컨도 없는데 선풍기마저 안 켜니까 너무 덥고 답답했다"면서 "전기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시범훈련이 벌어진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몰에서는 외국인들이 놀라 "무슨 일이냐"며 직원들에게 잇따라 문의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식경제부는 이날 실시된 정전대비 위기대응 훈련성과를 분석한 결과, 화력발전소 10기에 해당하는 평균 500만㎾의 전력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정전훈련을 실시하지 않은 전날인 20일 같은 시간대인 2시10분 기준 전력 부하량이 6,794만㎾였는데, 이 보다 548만㎾가 줄은 것이다. 시민단체인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대표는 "548만㎾는 핵 발전소 5곳에서 생산하는 전력량과 맞먹는 것으로 절전을 한다면 핵 발전소를 더 짓지 않고도 전력을 자급할 수 있다는 점을 환기 시키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훈련에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LG전자 등 1,750개 기업들이 조업시간 이동, 자가발전기 사용 등으로 훈련에 참여하는 등 산업체가 387만㎾의 전력을 절감했고 이어 일반건물(138만㎾), 공공부문(13만㎾), 교육(9만㎾), 주택(5,000㎾) 등의 순으로 많았다.

정부는 이번 훈련성과와 함께 미비점도 보완해 '전력위기 대응 종합대책'을 조만간 내 놓기로 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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