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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 20억 타내려… 아내·동생·처남 연쇄 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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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 20억 타내려… 아내·동생·처남 연쇄 살해

입력
2012.06.21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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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주부였던 최모(41)씨는 2005년 인터넷 게임 '리니지'를 하다 박모(46)씨를 알게 됐다. 결혼 생활에 지쳐있던 최씨는 돈도 잘 쓰고 따뜻한 말도 잘 하는 박씨가 맘에 들어 어느새 내연 관계가 됐다. 그러던 어느 날 박씨는 "남편 앞으로 보험 들어 놓고, 교통사고를 내 죽게 한 후 보험금으로 같이 살자"는 섬뜩한 말을 꺼냈고, 최씨는 '나를 위해 자기 손에 피까지 묻히려 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흔들렸다. 최씨는 2006년 1월 남편 김모(41)씨 명의로 종신보험을 들었다. 며칠 후 최씨는 남편 김씨의 한약에 수면제를 타 잠들게 했고, 박씨는 사람을 시켜 김씨를 차로 들이받았다. 최씨는 만신창이가 된 남편을 보고서야 뒤늦게 잘못을 깨달았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2년 동안 병수발을 했다. 최씨는 자신만을 탓했지만 박씨가 이미 사망보험 사기를 위해 자신의 부인과 친ㆍ인척 등 모두 3명을 살해한 인면수심의 불한당이라는 사실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폭력조직배 출신인 박씨는 1996년 경기 동두천에서 중고차 딜러로 일하며 모자라는 조직의 운영 자금 마련을 위해 보험 사기에 발을 들였다. 박씨는 후배 유모(41) 전모(36)씨를 불러 "보험사기로 돈을 마련해야겠다"며 "내 마누라에게 작업(살해)하라"고 지시했다. 유씨는 "어떻게 형수를 죽일 수 있느냐"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지만 전씨는 박씨와 함께 차에 타고 가다 박씨의 부인 김모(당시 29세)씨를 목 졸라 살해한 후 교통사고로 위장했고 박씨는 보험금 1억4,500만원을 타냈다. 사채업자로 변신한 그는 2년 뒤인 98년 9월에는 친동생 박모(당시 28세)씨를 범행대상으로 삼았다. 박씨는 차량 조수석에 이미 살해한 친동생을 태우고 경기 양주시 한 도로에서 중앙선을 넘어 맞은편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차량을 들이받았다. 박씨는 이보다 두 달 앞서 평소 친분이 있는 보험설계사를 통해 동생 명의로 생명보험을 3개나 들어뒀다. 동생 목숨 값으로 받아 챙긴 돈은 6억원이다.

2006년 4월에는 재혼한 처의 동생인 처남 이모(당시32세)씨가 희생양이 됐다. 이 보험사기에는 이씨의 손아래 동서 신모(41)씨를 끌어들였고 특별한 직업이 없던 신씨는 "큰 돈을 주겠다"는 말에 쉽게 넘어갔다. 박씨 등은 수면제를 넣은 드링크를 처남 이씨에게 먹인 뒤 둔기로 내리쳐 살해한 뒤 차량 조수석에 태우고 교각을 들이받는 교통사고를 냈다. 박씨는 미리 범행 두 달 전 자신이 이씨인 것처럼 속여 3개 보험사에 모두 12억5,000만원이 지급되는 사망보험에 가입해뒀다.

하지만 박씨의 잔혹한 보험사기 행각은 과거 자신이 범행을 제안했던 후배의 제보로 결국 들통이 났다. 서울경찰청은 21일 박씨를 살해 및 20억여원의 보험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는 조사과정에 노래를 흥얼거릴 정도로 태연하고 담당형사에게 '감방에 갔다 나오면 꼭 찾아오겠다'고 협박할 정도로 냉혈한의 기질을 보였다"고 말했다.

박씨의 가면에 속아 살해행각에 가담한 뒤 남편을 장애인으로 만들었던 최씨는 형사로부터 박씨의 실체를 전해들은 뒤 실성한 듯 말이 없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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