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장성 프로젝트가 밝혀지면서 고구려사, 발해사 왜곡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논란이 계속되는 이유는 양국이 모두 민족주의 시각에서 벗어나지 않고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제공해주는 것이 변경사 연구자들의 접근법이다. 객관적인 시각만 강조하다 보니 눈총을 받기 십상이지만 그 시사점은 적지 않다.
변경사 학자들은 양국의 갈등이 역사주권에 대한 국가 간 헤게모니 싸움 같지만, 먼 과거에 대한 집단적 향수를 조장한다는 점에서 본질은 민족주의로 보고 있다.
다민족 국가인 중국은 현 영토를 중국사의 공간적 범주로 규정한다. 2002년 동북공정이 고구려, 발해 민족을 중국 내 소수민족으로 규정해 중국사로 통합시키려 했다면, 이번 장성 프로젝트는 한족의 활동 범위를 넓히는 방향으로 전환했다는 분석이다. '중국 영토 내 역사=중국사'란 개념을 정립시키기 위한 다른 시도로 볼 수 있다.
이들은 국내의 시각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한다. 국내 상당수 학자들은 중국이 장성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 역사'를 왜곡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단군 조선부터 대한민국에 이르기까지 한민족의 역사를 하나의 연속선으로 가정한다. 하지만 이 역시 중국의 논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고구려사를 한국사로 보는 입장은 고구려 역사의 주역이었던 말갈, 거란, 여진족을 주변화 시키고 배제시키고 있다. 그것은 중국의 장성 프로젝트가 말갈, 거란, 여진 등 소수민족을 현대 중국의 국민국가로 흡수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주장이다.
나아가 중국과 우리의 민족주의는 모두 근대 국민국가의 인식 틀을 (국민국가 체제가 아니었던) 고대사에 투영한다는 점에서 비역사적이며, 그것이 국민국가의 통치 헤게모니를 강화한다는 점에서 반역사적으로 보고 있다. 고구려사에 대한 중국의 주장은 한반도의 민족주의를 강화하고, 한국의 비판은 다시 중국의 배타적 해석을 강화할 것이다.
아쉬운 점은 역사학계에서 이런 입장에서 문제제기를 하는 연구자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자칫하면 매국노 소리를 듣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젊은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변경사 연구 시각에서 보려는 움직임도 있다. 일부에서"중국 장성연구를 비판적으로만 보지 말고 차분한 대응을 강조"하는 것도 그 연장선으로 보인다. 역사연구의 스펙트럼을 넓힌다는 차원에서 논의가 활성화했으면 한다. 그럴수록 우리 역사학계의 내공도 깊어질 것이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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