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 가정의 전체 우유 구매량은 다소 감소한 반면, 프리미엄 우유 구매는 크게 늘었다. 영양보충을 위해 우유를 먹던 영유아와 청소년이 줄고, 기능성이나 참살이 식품을 선호하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최근 유제품에서 무엇이 달라지고 있는지, 얼마나 몸에 더 좋은지 성분과 기능을 2회에 걸쳐 짚어본다.
젖소에서 갓 짜낸 우유(원유)는 87~88%가 물이다. 나머지는 지방(3.4~3.7%)과 단백질(3.2~3.3%), 유당(4.8~4.9%) 등이며, 비타민A와 B, 칼슘, 칼륨, 인, 질소, 지질 등도 소량이지만 고루 들어 있다. 원유 성분의 종류와 비율은 젖소 품종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그런데 국내에서 기르는 젖소의 약 99%는 홀스타인종으로 품종이 같다. 유통되는 원유 자체에 성분 차이가 거의 없다는 얘기다.
결국 시중에 나와 있는 우유들은 원유에 어떤 성분을 추가로 넣고 빼느냐에 따라 제품군이 달라진다. 신선도를 유지하는 기술도 비슷해진 유제품 업계가 성분 경쟁에 나선 결과다. 소비자들 역시 몸에 좋은 성분을 추가한 프리미엄 우유에 관심이 많다.
인위적으로 좋은 성분 추가
성분 추가의 첫 주자는 이른바 강화 우유다. 원유와 성분이 같은 일반 우유에서 무기질이나 비타민을 더 넣어 기능을 높인 것이다. 시중에는 칼슘이나 철분, 비타민A, E, D를 추가한 제품들이 나와 있다. 예를 들어 우유에 들어 있는 칼슘은 치아가 자라거나 충치를 예방하는데 도움을 준다. 칼슘이 불소를 도와 치아 표면을 덮고 있는 물질인 인산칼슘을 만드는 덕분이다. 산이나 미생물의 공격으로 인산칼슘이 녹으면 치아 표면이 벗겨지면서 충치가 쉽게 생기는데, 칼슘이 이를 막아주는 것이다.
다른 식품에 비해 우유에는 칼슘이 많이 들어 있긴 하지만 체내 흡수율은 50%를 밑돈다. 우유를 마셔도 칼슘의 절반 가량은 몸 밖으로 빠져 나와 버린다는 말이다. 칼슘이 몸에 잘 흡수되도록 돕는 비타민D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반 우유보다 비타민D를 더 넣은 우유는 같은 양을 마셔도 우유 속 칼슘의 효능이 더 커질 수 있다. 이 밖에 항산화효과가 있는 비타민A와 E, 면역력을 높여주는 비타민C를 추가한 우유도 나와 있다.
일반 우유에 거의 없거나 극히 적은 유효성분을 인위적으로 추가한 제품은 기능성 우유로 분류한다. 뇌 발달을 돕는 DHA, 체지방을 줄이는 CLA를 더 넣는 식이다. 추가 성분을 확인하고 소비자가 필요에 따라 택할 수 있다는 게 강화 우유나 기능성 우유의 장점이다.
오메가3 지방산 비율 높여
최근에는 특정 성분을 인위적으로 추가하지 않고 자연적으로 늘도록 생산 방식을 바꿔 만든 우유도 나왔다. 뉴질랜드나 유럽 일부 나라에서는 우유를 생산하기 위해 기르는 젖소에게 100% 풀(목초)만 먹인다. 젖소 먹이 중 목초의 비율이 높을수록 몸에 좋은 오메가3 지방산과 베타카로틴, 알파토코페롤, 루테인 같은 성분 함량이 우유에 많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지 재배 면적이 적은 탓에 국내 젖소는 가공 사료를 많이 먹는다.
풀을 많이 먹고 자란 젖소에서 나온 우유와 그렇지 않은 우유 성분의 뚜렷한 차이는 오메가6과 오메가3 지방산 비율이다. 몸을 이루는 필수지방산인 두 지방산을 세계보건기구(WHO)는 4대 1의 비율로 섭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고한다. 오메가3 지방산은 지방을 분해하고, 오메가6은 축적한다. 두 지방산의 비율이 균형을 벗어나면 각종 성인병의 원인인 비만이 된다. 현대인은 대부분 오메가6 섭취가 너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반 우유는 오메가6과 오메가3의 비율이 10대 1 안팎이다. 100% 목초를 먹고 자란 젖소에서 얻은 우유는 이 비율이 2.37대 1까지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먹이 중 목초 함량을 70%까지 높여 키운 젖소에서 짜낸 우유 '내추럴 플랜'을 이달 초 내놓은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일반 우유보다 오메가3의 함량이 약 2.6배 높다"며 "오메가6 비중이 높은 곡물사료 사용을 최소화한 결과"라고 말했다.
젖소를 키우고 관리하는 과정 전반에 대해 정부로부터 유기농 인증을 받은 곳에서 생산된 유기농 우유 역시 기능성 우유, 목초 급여 우유와 함께 프리미엄 제품군에 속한다. 소 한 마리당 초지 916㎡(211평)를 확보하고, 농약과 화학비료, 유전자조작(GMO) 농산물 사료를 쓰지 않고, 2급수 이상인 물만 먹여야 한다는 등이 인증 조건이다. 유기농 우유의 성분은 일반 우유와 큰 차이는 없다.
담백하게, 소화 잘 되게
우유 특유의 고소한 맛은 지방 성분 덕분이다. 비만한 사람이나 고혈압, 고지혈증 등 성인병 환자들은 바로 이 유지방 때문에 우유 마시기를 꺼려 했다. 그래서 나온 제품이 원유에서 지방을 모두 빼낸 탈지우유와 일부만 제거한 저지방우유(법적 기준은 유지방 2% 이하)다. 유지방을 줄이면 그 안에 녹아 있는 지용성 비타민(비타민A, D, E)도 자연히 감소한다. 마실 때 고소한 맛이 사라測?대신 담백하고 시원한 청량감을 느낄 수 있다.
우유의 당 성분은 장 속 유익한 균이 잘 자라도록 돕고 칼슘 흡수를 촉진한다. 유당이 이런 일을 하려면 소화효소(락타아제)로 잘 분해돼야 한다. 이 효소가 잘 작동하지 않는 사람은 우유를 마시면 배가 아프거나 설사를 한다(유당불내증). 그래서 효소로 미리 분해하거나 물리적으로 여과시키는 방법으로 유당 함량을 1% 이하로 줄인 우유가 나왔다. 일반 우유라도 식사 전후에 마시거나 조금씩 여러 번 마시면 유당불내증 증상이 줄 수 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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