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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도, 약탕기의 힘

입력
2012.06.21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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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몸에 좋다는 한약을 달고 살았다. 그리고 힘까지 타고났다. 최고의 씨름꾼이 될 수 있는 조건이었지만 좀처럼 꽃을 피우지 못했다. '게으른 천재' 유영도(28ㆍ창원시청)의 이야기다. 유영도는 아버지가 한약방을 운영한 덕분에 왕성한 기력을 자랑했다. 잡아당기는 힘도 탁월해 민속씨름을 휩쓸 기대주로 꼽혔지만 그 동안 변변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

지난해 창원시청으로 둥지를 옮기면서 '털보' 이승삼 감독의 지도를 받게 된 그는 이제서야 잠재력을 발휘하고 있다. 유영도는 21일 청양군민체육관에서 열린 태백급(80㎏이하) 결정전에서 1품을 차지했다. 태백급 결승전에서 김수호(안산시청)에게 아쉽게 2-3으로 무릎을 꿇었지만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다. 2006년 민속씨름에 입단한 그는 처음으로 결승전까지 올랐다.

유영도는 "자세가 잡히기 전에 경기가 시작돼 너무 아쉽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김수호와 2-2로 맞선 5번째 판에서 유영도는 들배지기에 무너지며 생애 첫 장사 타이틀 획득 기회를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그는 "그 동안 경기 운영 능력이 떨어졌다. 그렇다 보니 큰 경기에서 흔들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승삼 감독님에게 안정적인 경기 운영 능력을 배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승삼 감독은 "자세가 많이 나아졌고 힘이 좋기 때문에 올해 안에 반드시 장사를 차지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버지 유만종(59)씨가 2010년까지 한약방을 운영한 덕분에 유영도는 모래판에서 '약탕기'로 통했다. 그는 "'약탕기에서 빠져 나온 것 같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아버지가 적극적으로 지지해줘 어릴 때부터 한약과 뱀 등 보양식을 많이 먹었고, 파워를 키우는데 도움이 됐다"며 "하지만 지금은 한약을 먹지 않는다. 이제는 진정한 실력으로 장사 타이틀에 도전하고 싶다"고 당찬 각오를 드러냈다.

한편 이날 태백급 장사에 오른 김수호는 통산 4번째 타이틀을 차지했다. 한승민(수원시청)과 황인철(연수구청)이 2, 3품에 올랐다.

청양=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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