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내년 4월부터 세계 최초로 1,800여개에 달하는 런던증권거래소 전체 상장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시하기로 했다.
닉 클레그 부총리는 20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막한 ‘유엔 지속가능발전정상회의(리우+20)’에서 “상장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를 의무화할 계획”이라며“이는 영국 기업들의 에너지 소비 감소와 효율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이번 조치로 감축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2021년까지 400만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의무화 대상 기업에는 세계 3대 석유회사인 BP아모코, 10위권 유통회사인 테스코, 최대 설탕업체인 테이트 앤 라일 등 대규모 다국적 기업도 포함돼 효과가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2016년 이후에는 2만4,000개에 달하는 영국 내 모든 대기업으로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 의무를 확대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정부와 산업계 사이에서 수개월 간 논의된 것으로 알려진 이번 결정에 대해 영국 내에서는“환경은 물론 경제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컨설팅회사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기후변화로 인한 산업계의 위기를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온실가스 배출을 관리하는 기업과 관련 정보를 얻게 될 투자자들이 가장 큰 이득을 얻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론도 정부 편이다. 지난달 리서치회사 포풀루스폴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영국 성인의 4분의 3 이상(77%)이 ‘대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보고는 의무화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정부의 기대만큼 온실가스 배출량이 크게 줄지는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상장사 대부분이 유럽 탄소배출권 거래제, 영국내 기후변화법 규정 때문에 이미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 기업은 “불필요한 중복 규제”라고 반발하고 있다.
배출량 측정을 표준화하는 것도 과제다. 영국 산업연맹(CBI)은 지난해부터 정부에 “배출량을 공평하고 투명하게 비교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라”고 요구해왔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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