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우방관계를 구축하며 미국을 견제해온 러시아와 중국이 배후에서는 서로 군사 기밀을 빼돌리는데 혈안인 것으로 드러났다. 러시아 법원은 20일 러시아 신형 핵미사일 불라바 기술 정보를 중국 정보부에 넘긴 혐의로 상트페테르부르크대 교수 2명에게 최소 12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러시아 수사관은 이 대학 교수 예브게니 아파나스예프와 스뱌토슬라프 보비셰프가 2009년 중국으로 여행을 갔다가 중국 정보기관 관계자에게 돈을 받고 러시아 군 기밀 정보를 넘겼다고 국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말했다.
불라바는 러시아가 개발 중인 잠수함발사탄도핵미사일(SLBM)로, 러시아 차세대 핵전력의 핵심으로 여겨진다. 2005년 불라바 발사 실험을 시작한 러시아는 수년간 공을 들인 끝에 지난해 실험에 성공했다.
연방보안국(FSB)은 2010년 3월 두 사람을 체포해 간첩 혐의로 기소했다. 이들은 범행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재판부는 아파나스예프에게 12년 6개월, 보비셰프에게 12년 형을 선고했다. 담당 판사는 "두 사람이 중국에 팔아 넘긴 정보는 러시아 핵잠수함을 연구하기에 충분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인테르팍스통신에 따르면 중국 측은 이들에게 또 다른 신형 핵미사일 토폴-M과 순항 미사일 이스칸데르에 관한 정보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교수의 처벌 사실이 알려지자 과학자들은 "학계에 대한 FSB의 마녀사냥이 또 시작됐다"며 반발했다. 국방과학분야 과학자들의 단체인 국방과학위원회(CDS)는 두 교수를 "스파이 사냥의 희생자"라고 부르며 정부를 비난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두 강대국인 러시아와 중국은 지역 패권을 손에 넣기 위해 암암리에 서로를 치열하게 견제해 왔다. 일례로 FSB는 지난해 러시아의 신형 대공미사일 관련 정보를 캐내려던 중국 비밀공작원을 체포하기도 했다. 이 공작원은 중국 공식대표단의 통역으로 신분을 위장하고 미사일 핵심 부품 매수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정보 관계자는 중국이 러시아로부터 무기 수입은 줄이는 한편 이 같은 방식으로 첨단 기술을 빼돌려 복제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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