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이 이달에 일을 하지 않았다고 세비를 받지 않겠다고 했다. 진짜로 받지 않는 것인가 했더니 그건 아니고 당 차원에서 모아서 좋은 일을 하겠다고 했다.
좋은 일을 굳이 말릴 거야 없지만 국회의원이 우선 할 일은 '좋은 일'이 아니라 '할 일'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건 국회를 열고 정부의 정책을 감시하는 일이다. 할 일을 하지 않았으면 진짜 국고에서 월급이 축나지 않게 하든지, 빼가기는 빼가면서 생색은 다 내는 모습이 과연 앞으로 일은 잘할지 벌써부터 걱정하게 만든다. 물론 이조차 동의하지 않은 민주통합당에 비하면 양반이라 할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임금을 수령하지 못하게 되면서 '생계형' 국회의원들의 '측은한' 처지가 거론되기도 했다.실상 전국의 거의 모든 임금 노동자들이 '생계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굳이 국회의원의 생계형만 특별히 봐줘야 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 참에 국회의원의 노동이 국회서 하는 일만 있느냐는 논란도 일었다고 한다. 비록 국회는 열리지 않았지만 지역에서, 의원회관에서 의원 노릇할 준비를 하고 있으니 노동한 것 아니냐는 반론도 있는 모양이다. 이것 역시 전국의 보편적인 직장인들과 비교해서 이야기한다면 일터를 떠난 노동은 무노동인 것 맞다. 집에서 책 읽고 전문소양을 키우기 위해 학원 다니는 것을 노동으로 봐주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 유일한 예외가 교수와 교사의 방학 정도일 것이다. 한국방송공사의 언론인들은 파업 중에 민간인 사찰에 관한 비밀자료를 특종보도했지만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에 따라 임금을 받지 않았다. 그것이 세상에서 무노동을 실현하는 방식이다. 그러니 진정 국회의원이 가진 특권은 내려놓고 진짜 일을 하겠다고 마음 먹었다면 보편적인 직장인들과 견줘서 기준을 맞추는 것이 맞겠다. 그런 점에서 민주통합당의 초선의원들이 18대 국회에서 염치없이 통과된 국회의원연금법(정확히는 대한민국헌정회육성법)을 개정해서 하루만 국회의원 노릇을 해도 65세 이후에는 다달이 120만원 연금을 받는 특혜를 포기하겠다고 결의한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옳다.
특혜는 거부하고 일하는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19대 의원들을 위해 쓸만한 자료를 보태줄까 한다. 프랑스 국회의원들에게 부여된 특권이다. 그들에게는 일단 의원 개인에게 부여된 관용차가 없다. 운전기사도 당연히 없다. 대신 의회에 차량 20대와 운전사가 배치되어서 파리 내나 공항으로 갈 때 공용으로 쓸 수 있다. 공무일 경우 파리 내에서 택시를 타면 그 비용은 내준다. 그러니까 지스카르 데스탱 전 프랑스대통령도 국회의원이 되자 자동차를 직접 몰았다. 국회의원이 자기 차 모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상식이다. 비행기는 지역구를 오가는 왕복이 40회, 그 밖의 지역 왕복은 6회만이 무료로 보장된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보좌관 항목이다. 한 달에 9,138유로(1,334만원 정도) 임금을 주는 한도에서 보좌관을 쓰도록 되어있다. 한 명일지 열 명일지 보좌관 숫자는 의원 재량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4급 보좌관 2명 밖에 못 쓰는 금액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4급 2명에 5급 2명, 6급 1명, 7급 1명, 9급 기능직 1명, 인턴 2명까지 무려 9명을 두도록 되어 있다.
우리나라처럼 강력한 대통령 중심제이자 국민소득은 2.2배 많은 프랑스에서 국회의원에게 허용하는 수준을 보면 19대 국회에서 특혜를 내려놓는 작업은 더 많이 나와야 옳다.
국회의원이 특권을 내려놓으면 그것이 아래로 내려가면서 사회 전체가 건전해질 수 있다. 지방의회는 물론이고 행정부나 공공기관에서 자연스레 이어온 부당한 특권들도 국회의원들이 더 매섭게 감시할 수 있을 것이다. 지방재정이 거덜나는데도, 적자를 보면서도 지방자치단체장이나 공공기관 공공단체 장이 되면 개인차량과 운전기사는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관행이 얼마나 비상식적인지 돌아보게도 될 것이다. 선진국은 소득이 늘어나서가 아니라 상식이 두루 통용되어서 선진국 이다.
서화숙 선임기자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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