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앞에 있어야 할 방송사 직원들이 처음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왔을 때 그들은 두툼한 점퍼 차림이었다. 겨울이었고, 기껏해야 길어야 한 달이겠지 했다. MBC 노조 파업 말이다. 방송 중 십여 초만 침묵이거나 암전이어도 대형사고라면서 시청자인 우리들에게 깊은 사죄의 글을 띄우던 관행 속 그간 사측의 대응은 그렇다면 가식이었나.
우리가 시킨 파행도 아닌데 우리로 하여금 뉴스 보기를 돌 같이 하게 만든 주제에 머리 숙여 사과 한 번을 할 줄 모르니 이 뻔뻔함은 대체 어떤 자신감으로부터 비롯한 것일까. 이 책임 또한 노조원들에게 지운다면 정말이지 최악의 상사임이 증명되는 바인데.
봄을 지나 최악의 여름 가뭄 가운데 파업 145일째를 기록한 오늘, 다방면의 문화 예술인들이 파업을 지지하는 의사를 속속 밝혀오고 있다기에 찾아 들어가 쭉 한번 읽어봤다. 그들이라고 우리와 다를까, 특별할까.
아니다, 모두가 입 모아 하는 말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상식과 정의의 온당함이거늘, 이 기본적인 얘기를 이렇게 어렵사리 토로해야 한다는 게 참 씁쓸한 노릇 아닌가. 월급이 밀려 돈 없기는 마찬가지임에도 택시 타고 가라 호주머니에 돈 만원 꽂아주던 초년병 시절 내 상사들, 하나같이 자식복이 어찌나 있던지 학원 한번 안 보내고 사자 돌림 되었으니 인간사 유치하다만 뿌린대로 거두란 게 진리라니까.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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