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청기는 말 그대로 귀가 잘 안들리는 난청인의 청력을 보조해 주는 기기. 인구 고령화와 함께, 각종 전자기기의 이어폰 사용에 따른 부작용, 소음에 노출된 생활 환경의 증가 등으로 보청기 수요는 늘고 있는 추세에 있다. 하지만 안경 만큼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널리 보급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 제품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괜찮은 제품을 구입하려면 최소 200만~700만원은 줘야 한다.
세계 최대 보청기 업체의 국내 법인인 포낙 코리아는 이런 현실을 감안해 최근 30만원대의 파격적인 '착한' 제품을 내놓았다. 이 회사 신동일(37) 대표는 20일 "새로운 보급형 보청기 브랜드 '들림'(D:leam)을 출시했다"며 "들림 보청기는 전세계 판매 1위 포낙 코리아의 기술력이 그대로 적용됐지만 저렴한 가격에 맞게 개발된 보급형 제품"이라고 말했다.
신 대표는 "보청기가 필요하지만 가족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기 싫거나, 실제로 형편이 어려워 구입을 망설이는 분들이 적지 않다"며 "때문에 최근 저소득층에서는 성능이 입증되지 않은 저가의 음성 증폭기를 보청기 대신 사용했다가 청력 손상을 입는 피해가 늘고 있어 서둘러 보급형 보청기를 내놓게 됐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에 등록된 청각장애인의 경우 국가에서 제공하는 보청기 구입 지원금을 활용할 경우 거의 무료로 보청기를 구입할 수 있게 된다는 게 이 회사의 설명. 등록 청각장애인은 27만2,000원, 차상위 계층은 34만원의 지원금이 각각 주어진다.
이번 보급형 보청기 출시는 신 대표의 노력으로 탄생했다. 대학원에서 청각학을 전공한뒤 국내 유명 보청기 업체에서 근무하던 그는 보청기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시장에 새바람을 일으켜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때 신 대표의 눈에 들어온 것이 세계 1위 보청기 제조사인 포낙 보청기. 신 대표는 스위스 소노바(SONOVA)그룹 본사를 찾아 자신의 포부와 한국에서의 사업계획을 브리핑 했고, 마침 한국 시장을 눈 여겨 보고 있던 본사는 신 대표에게 포낙 코리아 대표 자리를 맡겼다.
신 대표는 "보청기는 몇몇 유명 보청기 유통 업체들이 서울 종로의 허름한 가게에서 노인들에만 판매하는 제품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바꿔보고 싶었다"며 "휴대폰을 비롯해 이어폰 사용 등 생활 환경 변화로 난청인구는 급증하는데, 보청기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가격이 장애물이 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이번에 출시된 들림 보청기도 신대표가 아이디어다. 포낙 본사의 제품 중 필수 부품만 적용한 제품을 개발, 가격을 합리적으로 낮춘 것.
신 대표는 "올해 연말까지 들림 보청기를 국내 1위 보청기 연간 판매량과 맞먹는 수준인 2만대 이상을 보급하는 것이 목표"라며 "그 동안 사회ㆍ경제적으로 소외됐던 사람들이 저렴한 가격의 보청기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희경기자 k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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