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치 회계장부를 다른 데 넘기는 회사가 어디 있느냐."
"수천억원의 이익잉여금을 쌓아두고도 정당한 배당 요구를 무시한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다."
20일 서울남부지법 법정에서는 공기업 코레일과 민간기업인 롯데역사 변호인들이 회계장부를 놓고 한바탕 설전을 벌였다. 발단은 영등포ㆍ대구 민자역사를 운영하는 롯데역사의 수익금 배당 문제. 롯데역사의 주요 주주인 코레일 측은 민자역사 사업자인 롯데역사가 적립해둔 이익잉여금이 무려 7,293억원에 이르는데도 올해 16억원밖에 배당을 받지 못하자, 2002년 이후 회계장부를 다 들여다 보겠다며 회계장부 등 열람 및 등사 허용 가처분 신청을 냈고 이날 첫 재판이 열린 것이다. 롯데역사는 코레일이 25%, 롯데쇼핑 등 롯데그룹 계열사가 6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날 재판에서 코레일 측은 "수원애경역사(코레일 지분 11.2%)가 올해 배당 가능한 이익잉여금 중 687억원을, 부천역사(코레일 지분 25%)가 110억원을 배당한 것과 비교하면 롯데역사의 배당은 턱없이 부당하다"며 "회계장부를 USB에 담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롯데역사가 주주들에게 배당할 수 있는 돈이 7,293억원에 달하지만 유독 쥐꼬리 배당으로 주주의 정당한 이익이 침해됐다는 게 코레일 측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롯데역사 측은 "코레일이 요청하는 회계장부는 그동안 필요하면 언제든지 볼 수 있도록 해 왔다"며 "영업비밀이 들어 있는 문서를 컴퓨터 파일로 달라는 것은 지나치다"고 반박했다. '부당 배당'이라는 코레일의 주장에 대해서는 "이익잉여금을 쌓아두지 않고 합법적으로 계열사에 재투자했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주장했다.
재판은 불과 15분 만에 끝났지만 양측의 신경전은 대단했다. 재판부는 이날 코레일 측에 "다음 재판까지 공개 요청 서류를 명확하게 하고, 롯데역사가 10년 동안의 회계장부를 공개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라"고 주문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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