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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없는 하루, 좀 불편했지만 큰 혼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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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없는 하루, 좀 불편했지만 큰 혼란 없었다

입력
2012.06.2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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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택시업체와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등 노조 소속 기사들이 택시요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사상 최대 규모의 24시간 동시 파업을 실시한 20일 '택시 없는 하루'를 보낸 사람들은 대체로 "견딜 만 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전국 영업용 택시의 85%가 파업에 들어갔지만 출ㆍ퇴근길엔 우려했던 것보다 큰 혼란은 없었다.

물론 파업 사실을 뒤늦게 알고 발을 동동 구르는 출근길 시민들도 간간히 눈에 띄었다. 평소 대기 택시들이 즐비했던 영등포 역 앞에서 만난 박태훈(36)씨는 "파업을 해도 일부 택시는 다니겠지 했는데 한 대도 없어 놀랐다"며 "꼼짝없이 지각하게 생겼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하지만 오전을 지나면서부터는 금새 적응하는 모습들이었다. 자영업자 박모(45)씨는 "강남대로처럼 항상 막히던 길도 오늘은 일요일처럼 흐름이 좋았다"고 했고, 대학생 김모(25)씨는 "지하철이 크게 붐빌 줄 알았는데, 평소랑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퇴근길에도 아예 다른 대중교통 수단으로 귀가하기로 마음 먹고 회사를 나선 이들이 많았다. 이날 오후 10시30분께 2호선과 4호선이 만나는 사당 역 앞에 서 있던 회사원 김모(42)씨는 "파업이라 택시가 안 잡힐 줄은 알았지만 혹시 몰라 기다렸다"며 "정 택시가 없으면 버스나 지하철을 탈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병원을 찾은 환자와 노약자, 길이 낯선 외국인들은 상당히 애를 먹었다. 대형 종합 병원들이 특별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탓에 환자들은 오랫동안 셔틀버스를 기다리거나 걸어서 가까운 지하철 역까지 가야 했다. 경기 파주에 사는 임신부 차모(34)씨는 "남편은 차로 출근하고 세 살 박이 큰 애를 데리고 소아과에 가야 하는데 택시가 없어 막막했다"며 "급한 대로 같은 아파트 단지 내 이웃에게 운전을 부탁해야 했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숙객이 많은 서울시내 호텔들은 이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서울신라호텔 관계자는 "동대문, 명동으로 가는 셔틀버스 운행 간격을 평소 1시간에서 30분으로 줄였고 호텔이 보유한 승용차를 대기시켰다가 원할 경우 가까운 전철역에 데려다 줬다"고 말했다. 소공동 롯데호텔 관계자는 "비즈니스 관광객들의 호텔 렌터카 서비스 이용률이 평소보다 두 배 늘었다"며 "택시파업 상황과 다른 대중교통수단 이용 방법을 설명해줘 어려움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전국의 영업 택시 25만5,581대 중 22만54대(오전 9시 기준)가 운행을 멈춰 택시 가동률이 15.7%를 기록했다. 전국에서 몰려든 택시기사 3만5,000여 명(주최 측 추산 5만명)이 이날 오후 1시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가져 도심 혼잡을 빚었다. 경찰 관계자는 "올해 서울광장에서 열린 최대 규모의 집회"라고 말했다. 택시회사들은 파업에 참가할 경우 근무일로 처리하는 등 기사들의 파업 참여를 독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집회에서 "LPG 가격폭등으로 월 평균 25만원의 추가 부담이 생겼다"며 LPG가격 조정과 택시 대중교통 법제화, 택시연료 다양화, 택시요금 현실화를 정부에 요구했다. 이들은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10월에 대규모 집회, 12월에는 총파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직장인 박지훈(38)씨는 "오죽 상황이 절박했으면 대규모 파업을 벌이고 정부가 거둬들이는 유류세 인하를 주장했을까 싶지만 시민을 볼모로 삼는 일이 올바른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파업에 불참한 일부 택시기사들은 홍역을 치렀다. 인천 강화군 강화터미널과 풍물시장 등에서 택시를 몰던 개인택시 4대가 파업을 독려하는 택시기사들로부터 계란 투척을 당했다. 충북 청주에서도 파업에 불참한 택시기사에게 계란을 던진 택시기사가 경찰에 붙잡혀 조사를 받았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조현일기자 callme11@hk.co.kr

김현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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