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현이 1,727일만에 국내 무대 첫 승을 신고했다.
넥센 김병현(33)이 20일 잠실 두산전에서 6이닝 1실점(비자책)으로 호투, 시즌 첫 승을 수확했다. 최고 속도 144㎞의 직구(61)를 주무기로 슬라이더(21), 커브(5)와 체인지업(8)을 곁들이며 침착하게 두산 타자들을 상대했다. 넥센은 김병현의 호투에 힘입어 3-2로 두산을 제압, 단독 2위로 올라섰다.
김병현은 그 동안 지독하게 승운이 없었다. 2007년 9월 28일 플로리다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올라 뉴욕 메츠를 상대로 승리한 후 1,727일만이자 올 시즌 국내 무대에 복귀한 후 4전 5기 선발도전 끝에 거둔 첫 승이었다. 팬들은 국내무대 첫 승을 거둔 그를 축하하기 위해 불 꺼진 경기장에 남아 끝까지 박수를 보냈다. 김병현은 팬들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한 후 환한 미소를 지으며 감사의 마음을 드러냈다.
김병현은 "이겨서 기쁘다. 팀이 잘하고 있는데 (나만) 밥값을 못하는 것 같았다"며 그간의 부담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이어 "이전에 몸이 안 좋았었는데 몸 상태가 많이 올라와서 더 기쁘다. 오늘은 직구 볼 끝이 좋았다. 이전 경기에서 볼넷이 너무 많아서 제구에 신경을 많이 썼다. 체력적인 부분을 보완하고 타자들의 성향에 대해서도 더 공부해야 할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99년 메이저리그 애리조나에서 데뷔한 그는 2007년까지 통산 9시즌 동안 54승 60패 86세이브 평균자책점 4.42로 활약했다. 하지만 2007년 말 메이저리그에서 자취를 감춘 후부터 일이 풀리지 않았다. 2010년 미국 독립리그 오렌지카운티와 일본 라쿠텐을 전전하며 재기를 노렸지만, 1군 무대에 서보지도 못한 채 부표처럼 떠돌았다.
한국에서의 행보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선발투수로 나선 4경기 20.1이닝동안 16실점을 기록, 평균자책점이 6.20이었다. 승수를 쌓지 못한 것보다 절망적인 건 경기 내용이었다. 김병현은 지난 1일 사직 롯데전에서는 3.2이닝 동안 22타자를 상대로 7볼넷 2삼진 6실점으로 자존심을 구겼다. 14일 목동 KIA전 역시 5이닝 26타자를 맞아 4볼넷 5실점의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들쭉날쭉한 제구력과 구위에 대한 우려가 모아졌다. 일각에서는 선발에서 물러나 중간 계투로 활약하거나, 2군으로 내려가 제구력을 회복하는 것이 먼저라는 의견도 있었다. 김병현은 이번 첫 승을 통해 팬들의 불안감을 잠재우고 생채기가 난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게 됐다.
문미영기자 mymoon@hk.co.kr
대전=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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