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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본질을 놓친 교육과정 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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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본질을 놓친 교육과정 개정

입력
2012.06.2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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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최근 '인성교육 실현을 위한 교육과정 개정 시안'공청회를 열었다. 개정안의 핵심은 국어, 도덕, 사회교과에 '인성 핵심 역량 요소'를 강화하고 인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집중이수 과목에서 체육, 음악, 미술 교과를 제외하며, 특히 체육의 경우 학교 스포츠클럽 개설 및 동아리 활동과 연계해 시수를 50%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지식 편중의 학교교육을 이번엔 체육교육 편중으로 몰아가는 양상이다. 물론 이들 교육의 효과를 부인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우려하는 바는 몸의 건강을 위해서나 마음의 건강을 위한 교육에서 편식은 위험하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개정안은 본질이 빠져 있다고 본다.

최근 증가하는 학교폭력은 지육(智育) 편중의 학교교육에도 그 원인이 있겠지만, 사회 변화에 따라 나타난 가정의 변화와 이로 인한 부모의 역할 부재가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다. 물론 모든 것이 부모의 탓은 아니지만 좋은 부모가 있을 때 자녀는 건강한 행동을 할 수 있다. 학교폭력 가해학생이 가장 뼈아픈 반성을 해야 하지만, 그들의 부모도 스스로 부모됨에 대해 되짚어 봐야 한다.

좋은 부모가 되는 자질을 과거 사회에서는 가정의 교육기능을 통해 자연스럽게 얻게 되었다면, 21세기 사회는 그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맞벌이 가정 뿐 아니라 외벌이 가정도 부모 중 1인은 자녀와 만나 대화를 나눌 시간이 부족하다. 또 한부모 가정이나 조손가정은 형편이 더 어렵기만 하다. 따라서 이러한 공백을 학교교육과 사회교육에서 보완하고 지원해 줘야 한다. 부모교육은 이미 부모가 된 부모나 성인을 중심으로 한 지원도 중요하지만, 미래의 부모가 될 예비 부모들인 초중고생들에 대한 예비 부모 교육이 더욱 중요하다.

다행히 우리 학교교육의 범주에는 가정과교육이 교과로 설정되어 있고, 이 과목에서 부모교육을 수행하고 있다. 좋은 부모는 자녀를 제대로 먹일 수도 있어야 하며, 심리적인 안전한 피난처가 되어주어야 하며, 자녀와 함께 즐기면서도 가정을 이끄는 좋은 부부, 그리고 리더가 될 수 있는 사람이다. 따라서 가정과교육에서는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다양한 능력들을 키우기 위한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일반인들, 심지어 교육전문가들조차 가정과교육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지 않고, 그저 가정이라는 과목의 명칭의 이미지에만 주목해 가정과교육을 외면하고 정당한 평가를 하는데 주저하고 있다. 만일 남존여비의 문화적 전통이 강한 우리 사회에서 가정과교육을 남학생과 여학생의 공통 필수과목으로 부과한 학교교육의 변화가 없었다면 이렇게 빠른 변화가 과연 가능했을까.

학교폭력, 성폭력, 저출산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학생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게 중요하며, 이를 위해 교육의 방향을 집중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인 방안이 된다. 이 과정에서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마음의 교육이 중심이 되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좋은 부모의 마음을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을 괴롭히지 않으며, 타인이 어려움을 가질 때에 외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우리의 학교교육에서는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능력을 기르기 위한 교과를 이미 포함하고 있다. 교육전문가들은 우리의 교육과정을 외국과 비교해 똑같이로만 고치려 하지 말고, 독특한 문화적 전통에서 자리잡아 온 우리교육의 강점을 제대로 파악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즉,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교육에 초점을 맞춘 우리 교육과정에서의 가정과교육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가정과교육이 학교교육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개정안에 내용을 담아야 할 것이다.

왕석순 전주대 가정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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