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여수엑스포 가는 길에 들른 순천만은 푸른 갈대 물결로 넘실댔다. 데크 산책길에 들어서자 갈대 잎 서걱거리는 소리와 철 만난 개개비 울음 소리가 가득했다.‘개개개 비비비 추키추기’하고 우는 개개비는 한창 번식 철이어서 구애울음이 한층 맑고 차졌다. 산책길에 이어진 용산에 오르니 헬기에서 내려다보듯 순천만 전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군데군데 동심원을 이룬 갈대밭과 개펄, 매끄러운 S라인 물길이 어우러진 풍광에 숨이 다 막혔다.
▦순천만은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아는 사람만 찾던 숨겨진 보물이었다. 뒤늦게 그 가치를 인식한 순천시가 포구 내 음식점과 환경오염 시설을 없애고 친환경 산책길을 냈다. 그러자 2001년 10만 명이었던 방문자 수가 2010년에는 300만 명으로 급증했다. 2006년에는 람사협약에 가입하면서 세계 5대 연안습지 중 하나로 꼽히게 됐다. 하지만 국내만 아니라 외국에서 몰려 드는 관광객들은 순천만 생태보존에 새로운 위협으로 등장했다.
▦내년 4월20일부터 10월20일까지 6개월 간 열리는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는 순천만 갈대습지 보전책을 찾던 순천시가 고심 끝에 찾아낸 방안이다. 도심에서 순천만으로 이어지는 중간 지대에 정원박람회장과 습지 복원 등 완충 공간을 두고 자연스럽게 순천만 갈대습지를 절대보존 공간으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이런 취지 덕분에 갈대습지 가까이 살던 주민들의 이주와 습지복원 작업이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었다고 한다.
▦주 박람회장에는 한국 정원과 영국 독일 일본 미국 등 10개 정원문화 선진국의 고유 정원이 들어선다. 시민, 작가, 지자체 등이 참가하는 각종 테마정원과 체험ㆍ놀이정원, 한방약초원 등은 박람회가 끝난 뒤에도 순천만의 명소로 남게 될 테니 사후 활용에도 문제가 없어 보인다. 수 조원이 투입된 여수엑스포 시설과 SOC 활용도를 높이는 시너지효과도 기대된다. 한창 조성 중인 박람회 공간을 돌아보는 도중 지자체의 창의적 발상과 담당 공무원들의 열정이 순천만에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이계성 수석논설위원 wks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