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부산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에 대한 특별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점검결과를 발표하면서 애써 안전하다고 말하면서도 원전폐쇄여부는 한국정부 몫이라고 어정쩡한 답변을 던지고 끝났다. 그런데도 부산시민의 불안감은 가시질 않는다. 사실 고리1호기는 1978년에 탄생해 2007년에 이미 30년 설계수명이 끝난 송장이나 다름없는 고물기계다. 굳이 송장에 침 놓아가면서까지 죽지 않았다고 우기는 이유를 모르겠다.
부산 고리원전 1호기는 그동안 계속해서 대규모 재난사고의 징후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지난 2월에는 비상 발전기가 고장 난 상태에서 핵연료를 교체하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 같은 고리원전 1호기의 심각한 문제를 한 달 동안 발전소 내부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사실은 너무도 충격적이다. 이제 부산 주민은 더 이상 당국자의 말을 신뢰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적 이유 때문에, 안전을 유보한다는 정부의 주장도 여론의 지지를 완전히 잃어 버렸다.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수명이 다한 고물 원자로의 사고 이전의 방지비용은 사고 후의 복구비용이나 피해비용보다는 훨씬 적게 든다. 지금 고리 1호기의 경제학적 최선은 폐쇄시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다. 만일 고리 1호 원전이 터져 부산을 폐허로 만들고 주민을 암환자로 만든 뒤 부담해야 할 천문학적 복구비용과 피해비용과 비교하면, 철거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비용은 푼돈에 불과할 것이다.
지금은 유령도시가 된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은 86년에 원전 사고로 핵발전소의 폐해를 세계 만방에 알렸다. 그러나 핵전문가라는 사람들은 확률 운운하면서 핵발전소의 안전과 우수성을 내세우며 핵발전소 확산 반대의견을 무시했다.
지난해 3월 일본 동북부 지방을 관통한 대규모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후쿠시마 현에 위치해 있던 원자력발전소는 순식간에 통제 불능이 되어버렸다.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누출사고는 일본 열도를 또 다시 경악케 했다. 왜냐하면 2차 세계 대전 말기인 45년 8월 미국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해 8만 명 가까이가 사망하고 그 후세까지 방사능의 피해를 겪어야 했던 당사국이 바로 일본이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비용은 아직도 집계를 못하고 있다. 이유는 그 피해비용이 아직도 진행형이고 자연과 인체에 대한 피해를 포함하고 있기에 그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10조 엔이니, 20조 엔이니 피해비용에 관한 풍문도 많지만 실제 비용은 그 이상이 될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세계 각국으로 하여금 신규원전 계획 취소는 물론이고 노후 원전폐쇄 또는 탈원전 정책으로 전환하게 만든 계기가 됐다. 이유는 간단하다. 본래 원전의 타당성을 주장하는 이들은 발전비용이 저렴하다는 점을 크게 내세웠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이젠 설득력을 완전히 잃어 버렸다. 그동안 발전비용에 산정되지 않았던 사고 등 핵 발전으로 인한 사회비용이 원가계산에 포함될 경우 핵 발전은 더 이상 가격 경쟁력이 있는 발전방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 우리의 상황은 어떤가. 아직까지는 원전 찬성 쪽이 정부의 입장이고, 국민 대다수의 여론도 이 문제에 대해선 큰 관심이 없는 게 사실이다. 그리고 부족한 전력공급 상황이 정책 담당자로 하여금 원전 포기의 담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기도 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 어디선가는 원전 신규건설에 대한 미련한 꿈을 키우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현명한 지도자라면, 후세에게 건강한 나라를 물려줄 생각을 먼저 해야 한다. 에너지 정책의 발상전환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금방 눈에 보이는 돈에 집착하는 것보다는 나중에 금전보다도 더 가치 있는 사회 안전의 효과를 추구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신규원전은 더 이상 없다고 단호하게 말하고, 단계적으로 기존의 원전도 설계수명이 끝나는 대로 차례로 폐쇄해 방사능 재해가 없는 나라로 만들겠다는 정책 주창자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홍창의 관동대 경영대학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