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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축구의 시작과 끝 사비 에르난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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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축구의 시작과 끝 사비 에르난데스

입력
2012.06.20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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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은 유로 2012에서도 변함 없이 '세계 축구의 대세'임을 확인시키고 있다. 그 중심에는 '브레인'사비 에르난데스(32ㆍ바르셀로나)가 있다. 사비는 유로 2008,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월드컵에 이어 유로 2012에서도 '진정한 대체 불가 자원'임을 확인시키고 있다.

사비는 조별리그 3경기에서 골과 도움을 기록하지 못했다. 반면 세스크 파브레가스(바르셀로나)는 2골을 뽑아냈다. 그러나 비센테 델보스케 스페인 대표팀 감독은 사비 대신 파브레가스를 출전시키지 않는다. 파브레가스는 찬스 메이킹 능력은 물론 골 결정력까지 갖춘 보기 드문 중앙 미드필더다. 그러나 스페인 대표팀에서는 주로 벤치를 지킨다. 사비가 있기 때문이다. 기록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사비는 스페인 대표팀에서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존재다.

스페인 대표팀의 전술 기본 틀인 4-1-4-1 혹은 4-2-3-1 포메이션에서 사비와 파브레가스는 나란히 그라운드에 설 수 없다. 둘을 동시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전술 변화가 불가피하다. 펩 과르디올라 바르셀로나 감독은 지난 해 파브레가스를 영입한 후에 3명의 수비수와 7명의 미드필더를 출전시키는 정형화하기 어려운 전술을 선보였다. 델보스케 감독이 이탈리아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파브레가스를 '가짜 공격수'로 투입하는 4-6-0 형태의 변칙 전술을 가동한 배경에도 사비와 파브레가스의 공존을 모색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은 조별리그 2차전에서 아일랜드를 4-0으로 대파하며 '아름다운 축구'의 진수를 보였다. 델보스케 감독이 이례적으로 경기 후"완벽한 경기였다"고 자화자찬할 정도였다. 사비는 이 경기에서 눈에 띄지 않지만 의미있는 기록을 만들어냈다. 그는 136회의 패스를 시도해 127번을 성공시켰다. 성공률이 93%에 달한다. 유로 역사상 최다 패스 시도와 성공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패스 마스터'라는 거창한 별명이 붙을 만 하다.

스페인을 상대로 밀집 수비 전술이 좀처럼 먹히지 않는 이유는 사비의 존재 때문이다. 볼을 잡고 360도 회전하며 상대를 제치는 '달팽이 턴'과 한 경기에서 12㎞를 뛰는 무지막지한 체력으로 상대 압박을 아주 쉽게 벗겨 버린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리오넬 메시(25ㆍ바르셀로나)는 당대 최고 선수로 평가된다.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3년 연속 최고 선수로 선정됐다. 메시는 지난 1월 FIFA-발롱도르를 수상하며 영광을 사비에 돌렸다. 그는 "사비와 이 상을 나누고 싶다. 나 이상으로 이 상을 탈 자격이 충분한 선수"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1970년대 네덜란드 토털 풋볼의 총아이자 FC 바르셀로나의 정신적 지주인 요한 크루이프는 지난 3월 한 인터뷰에서 "메시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사비가 세계 최고"라고 말했다. 세계 최고로부터 최고로 인정 받았으니 사비는 진정한 의미의 최고수라고 할 만 하다.

사비는 2000년 11월 A대표팀에 데뷔한 이후 스페인이 참가한'메이저 대회' 전 경기에 출전하는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12년째 대표팀 붙박이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나이를 고려할 때 유로 2012는 사비가 출전하는 마지막 메이저 대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스페인은 이번 대회에서 어떤 팀도 이루지 못했던 메이저 대회 3회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유로를 2연패한 팀도 아직까지 배출되지 않았다. 유로 2008에서 MVP를 차지하며 스페인의 '메이저 대회 징크스'를 깨뜨린 사비가 유로 2012에서 축구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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