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대회는 4년마다 축구 팬들에게 즐거운 불면의 밤을 선사한다. 이번 대회도 밤잠을 설치며 TV 앞을 지킨 보람은 충분했다.
예선을 무패로 통과한 독일과 스페인은 여전히 막강한 전력을 확인시키며 우승 후보 1순위다운 모습을 보였다. 유로 2008 결승과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월드컵 준결승에서 맞붙었던 양팀은 이번 대회에서도 정상에서 격돌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독일은 예선전 10전 전승에 이어 '죽음의 B조'에서도 3전 전승을 거두는 저력을 뽐냈다. 마리오 고메스(바이에른 뮌헨)는 3골을 터트리며 게르트 뮐러-칼하인츠 루메니게-위르겐 클린스만-미로슬라프 클로제로 이어지는 독일 대표팀 간판 스트라이커 대통을 이을 적자임을 확인시켰다. 메수트 외칠과 사미 케디라(이상 레알 마드리드),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바이에른 뮌헨)로 이뤄진 독일 공수 연결 고리도 탄탄하다. 지독한 불운이 따르지 않는다면 결승까지 무난히 오를 것으로 보인다.
대체 자원이 풍부하다는 것도 독일의 강점이다. 클로제와 마리오 괴체(도르트문트), 토니 크로스(바이에른 뮌헨) 등은 벤치에 앉혀두기 아까운 능력의 소유자들이다.
스페인은 공수의 핵이 빠진 상황에서도 여전히 막강한 전력을 확인시켰다. 유로 2012에 나선 스페인은 베스트 전력이 아니다. 유로 2008에서 4골을 터트리며 득점왕에 올랐던 다비드 비야와 수비의 축 카를레스 푸욜(이상 바르셀로나)이 부상으로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스페인은 측면 수비수로 기용되던 세르히오 라모스(레알 마드리드)를 중앙 수비로 돌렸고 세스크 파브레가스(바르셀로나)를 '가짜 공격수'로 투입하는 변칙 전술로 비야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 파브레가스를 투입하는 전술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스페인은 우승 후보로 손색이 없는 위용을 과시했다. 특히 아일랜드와의 조별리그 2차전(4-0)은 완벽했다. 859개의 패스를 돌리며 네 골을 작렬하는 모습은 '아름다운 축구'의 진수라 할만 했다. 스페인 대표팀에서는 파브레가스와 페르난도 토레스, 후안 마타(이상 첼시), 산티 카솔라(말라가), 페르난도 요렌테(아틀레틱 빌바오) 등이 벤치를 지킨다. 할 말을 잃게 만든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부진했던 이탈리아는 스페인과 조별리그 1차전에서 명승부를 펼쳤고 1승2무로 8강에 진출하며 '아주리 군단'의 부활을 알렸다. 체사레 프란델리 감독은 축구에서 사령탑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를 일깨워주고 있다. 통제 불능이라는 악명을 떨치고 있는 안토니오 카사노(AC 밀란)와 마리오 발로텔리(맨체스터 시티)를 어르고 달래 팀에 적응시켰고, 스리백과 포백을 번갈아 사용하는 유연한 전술 변화로 쉽지 않았던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반면 네덜란드는 승점 1점도 올리지 못하며 귀국 보따리를 싸는 망신을 당했다. 선수 기용을 둘러싸고 팀 내부에 균열이 생겼고, 베르트 판마르바이크 감독의 통솔력에도 문제가 있었다.
판마르바이크 감독은 사위인 노장 마르크 판보멀(35ㆍ에인트호벤)을 베스트 11에 기용해 화근을 만들었고,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에는 내분의 중심에 섰던 클라스 얀 훈텔라르(샬케04)와 라파엘 판더바르트(토트넘)를 선발 투입하는 결단을 내렸지만 전혀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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