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가스 일산화탄소를 원료로 미래에너지 수소를 만든다.’
일산화탄소는 자칫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대표적 유해가스다. 그런데 제철소는 쇠를 녹이기 위해 주로 석탄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일산화탄소 배출을 피할 수가 없어 환경오염 방지시설을 설치하고 유지하는데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 이제까지 골칫거리였던 일산화탄소를 해양극한미생물을 이용해 미래의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실용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돼 주목을 받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태평양 심해저 열수구(熱水口)에서 얻은 해양 고세균(NA1)을 이용해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성을 갖춘 ‘바이오수소 실증생산 기술’개발에 성공했다고 20일 밝혔다. 이 기술은 ‘NA1’이 일산화탄소를 흡입해 수소, 이산화탄소 등을 배출시키는 원리를 바탕으로 한다. 국내 연구진이 기발한 기술은 기존의 혐기성 박테리아를 이용한 수소 생산법 보다 최고 15배나 수소 생산율이 높아 수년 내 실용화가 가능하다.
이에 앞서 19일 한국해양연구원은 경기 안산시의 해양바이오연구센터에서 ‘해양바이오 수소 실증 생산 플랜트동 준공식’을 갖고 바이오수소 생산과정 시연에 성공했다. 이는 고세균 NA1을 이용하여, 일산화탄소와 물로부터 수소를 만드는 과정이다. 현재는 일산화탄소 100㎏을 투입해 하루 10㎏의 바이오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과 시설이 개발된 상태다.
앞으로 이 기술이 실용화되면 바이오수소의 주원료인 일산화탄소는 일산화탄소 함유량이 60%인 제철소 용강로에서 배출되는 전로가스(LDG)를 사용하게 된다. 포항ㆍ광양ㆍ당진제철소 등 우리나라 3대 제철소의 일년간 총 일산화탄소 배출량인 200만톤 이상의 일산화탄소를 모두 처리할 수 있게 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전세계에서 개발된 수소생산 미생물 기법 가운데 가장 우수하다”며 “제철소 배출가스로 수소를 생산함에 따라 대기오염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도 생산해 녹색성장에 큰 기여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한국해양연구원 강성균 박사 연구팀은 해양바이오수소 실증생산을 위해 국내최초로 5ℓ, 30ℓ, 300ℓ 고온 혐기 바이오수소생산 생물반응기의 설치를 마쳤다. 연구팀은 본격적으로 실증생산연구를 추진하기 위하여 수소 대량생산 시스템을 만드는 2단계에 돌입할 예정이다.
목표인 2018년까지 대량생산기술 개발이 완료될 경우, 국내 수소 수요의 약 5%(연간 1만톤 생산ㆍ고순도 수소 경우 1,000억원 규모) 정도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수소자동차 5만대를 1년 동안 운행하거나, 연료전지를 활용해 전기를 생산했을 경우 4만가구가 1년 동안 쓸 수 있는 규모다.
또 이 기술 실용화가 완료되면 수소 생산 단가를 현재 ㎏당 7∼20달러에서 2, 3달러 정도로 낮출 수 있어 경제성도 확보된다. 권도엽 국토부 장관은 “수소는 앞으로 자동차, 연료전지 등에 녹색에너지원으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바이오 수소가 조기에 시장에 공급될 수 있도록 실용화 연구 투자를 최대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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