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 ‘아메다 모힌가’ 하나, ‘카우쒜져’ 하나요.”
홀에서 서빙하던 이시연(21ㆍ명지대 경영3)씨가 주방을 향해 낯선 음식 이름을 외치자 주방장 쩌쩌우(43)씨의 손놀림이 빨라진다. 숙주 청경채 양배추 등 채소를 데쳐 삶은 면발에 매콤달콤한 바비큐 소스를 뿌리고 약한 불에 볶자 먹음직스러운 볶음쌀국수 완성. 그 사이 그의 아내(37)도 쇠고기 양지머리로 우려낸 담백한 쌀국수 아메다 모힌가를 만들어 내놨다. 손님들은 “맛있다”를 연발하며 순식간에 그릇을 비웠다.
미얀마 출신 난민인 쩌쩌우씨가 서대문구 명지대 앞에서 운영하는 쌀국수 가게 ‘아미에란(Amieran)’은 맛집 소개 사이트에 등장할 만큼 인기가 좋다. 세계 난민의 날(20일)을 앞둔 18일 만난 그는 “제2의 고향이 된 한국에서 나를 ‘삼촌’이라고 부르며 두 팔 걷고 도와 준 학생들 덕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공을 학생들에게 돌렸다.
사연은 이렇다. 지역사회 발전을 돕는 명지대 동아리 ‘사이프(SIFE)’ 이시연 팀장 등 7명은 2010년 8월 한 난민 관련 단체로부터 쩌쩌우씨를 소개 받았다. 1999년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온 그는 군사정권에 반대해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에 가입하고, 주한 미얀마대사관 앞에서 열린 항의 집회에 참여했다. 그는 반정부 활동이 문제가 돼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어 2004년 난민신청을 했고, 2009년 인정받았다. 쩌쩌우씨는 의류공장, 사출성형공장, 과일상점 등에서 11년 동안 모은 2,500만원으로 식당을 차리고 싶었지만, 방법을 몰라 막막했던 터에 학생들을 만났다.
학생들은 쌀국수를 제안했다. 젊은 층에 인기가 많은 메뉴였기 때문이다. 인테리어와 메뉴개발은 학생들이 전문가들과 접촉해 재능 기부를 받았다. 명지전문대 산업디자인과 나혜영 교수와 제자들이 점포 내부를 아늑하게 꾸몄다. 요리경연대회에서 입상한 김한송 요리사는 새콤달콤한 비빔쌀국수 등 7가지 요리를 고안해 쩌쩌우씨에게 가르쳤다. 개업 초기 장사가 시원찮아 페이스북에 홍보 글을 올리고, 12회 사 먹으면 1회 무료 쌀국수 제공 쿠폰도 나눠줘 매출이 2배로 뛰었다. 학생들은 “삼촌이 어려워하는 종합소득세 등 납세나 재무관리도 공부해서 빨리 자립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쩌쩌우씨는 “난민 지위를 얻을 때까지 생계를 위해 불법취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난민 신청자에 대한 지원 강화를 주문했다. 국회는 지난해 11월 난민신청자들에게 생계비를 지원받거나 특별한 경우 취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난민법을 통과시켜 2013년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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