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많게는 1조3,000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적자(2010년)가 나는 가운데 금융소득에 건강보험료를 제대로 부과한다면 연 1조~2조원의 재정을 확충할 수 있다는 추산이 나왔다. 금융소득(이자ㆍ배당소득)은 월 333만원 이하면 원천적으로 부과가 제외돼 있어, 아무리 월급이 적어도 건보료를 내는 근로소득자와의 형평성 차원에서도 건보료 부과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연 4,000만원 이하의 금융소득자료도 파악이 가능하도록 법 조항을 바꿔야 한다.
19일 보건복지부와 국세청 등에 따르면 국내 개인의 연간 이자ㆍ배당소득 총 50조1,000억원(2010년 기준) 중 건보료가 부과되는 금액은 9조8,000억원(19%)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됐다. 9조8,000억원도 최대치일 뿐 제도적 허점을 감안하면 실제 부과금액은 이보다 훨씬 적을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40조3,000억원에 직장인의 월 소득에 부과하는 비율(2.9%)만큼만 걷어도 연 1조2,000억원, 사업자가 부담하는 비율까지 합쳐 5.8%를 부과할 경우는 연 2조4,000억원 가량의 건보 재정을 추가할 수 있다.
현재 금융실명제법은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인 연 4,000만원 초과 금융소득에 대해서만 자료를 건보공단에 넘겨주도록 돼 있다. 이 '4,000만원 제한'은 건보료 부과체계를 왜곡시키는 주범이다. 복지부는 9월부터 직장인으로 이름을 올려놓고 근로 외 소득이 연 7,2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이 소득에 대해 2.9%의 건보료를 부과할 계획이다. 그러나 4,000만원 이하 금융소득자료를 받지 못해 '금융소득 3,500만원+임대소득 7,000만원'일 경우 금융소득은 파악이 안 돼 부과대상에서 제외되는 황당한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복지부는 모든 소득을 합산해 공평하게 부과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소득자료가 부족해 제대로 된 정책을 펼 수가 없다.
반면 은퇴자ㆍ영세자영업자가 대부분인 지역가입자들에게는 전월세ㆍ자동차에까지 건보료를 부과하고 있어 국민들의 불만이 팽배하다.
복지부 관계자는 "갈수록 건보재정의 근로소득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건보료율을 올리기보다 금융소득처럼 건보료가 제대로 부과되지 않은 소득을 찾아내 부과 기반을 넓히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반면 기획재정부 등은 금융소득에 건보료나 과세를 강화하는 것은 자본도피 현상을 일으킬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을 연 2,000만~3,000만원으로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고, 전문가들도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다. 이진석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주가 차익도 아니고 이자ㆍ배당소득에 건보료를 부과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안 된다"고 설명했으며, 권순만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면세점(免稅點) 이하여서 소득세를 안내는 소득까지도 건보료는 부과되는 상황에서, 금융소득이라고 해서 꼭 과세와 기준을 같이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건보료를 부과해도) 70,80년대 같은 '자본도피'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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