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여중생 자살 사건이 일어난 서울 양천구 S중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교사와 학생을 9시간이나 대질 신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무리한 수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 측은 "수사상 불가피했다"는 입장이지만 학교 측은 "학생 앞에서 교사의 잘못을 추궁하는 비교육적인 수사 행태"라며 비판하고 있다.
19일 서울남부지검과 S중에 따르면 압수수색 1주일 전인 지난 7일 학교폭력 방조 혐의(직무유기 혐의) 적용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안모(40) 교사와 폭력 가해학생으로 지목된 3학년 A양과 B군에 대한 대질신문이 이뤄졌다. 이날 오후 4시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 9시간 동안 진행된 대질신문에서 검찰은 안 교사가 가해 학생들에게 "피해자 C양과 사이 좋게 지내라"는 주의를 주었는지 여부를 집중 추궁했다.
대질신문에 참여한 학생들은 조사가 끝난 후 "선생님이 너무 불쌍하다"고 말했고, A양은 급성우울증 증상을 보여 15일부터 나흘째 학교를 결석하고 있는 상태다.
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9시간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학생들에 대한 질문은 30분 간 이뤄졌고 나머지 시간은 교사에게 집중됐다. S중 박모 교사는 "담임교사의 죄를 학생들 앞에서 증명하려는 것 아니냐"며 대질신문 의도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교사의 죄를 입증하기 위해 학생을 이용한 이번 일은 교사는 물론 학생에게도 가혹했다"고 비판했다. 교사의 직무유기 혐의에 대한 뚜렷한 증거를 찾지 못한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 학교 측의 주장이다.
학교 관계자들은 가뜩이나 8개월 넘게 수사가 진행되면서 수시로 검찰과 경찰의 조사를 받고, 인권위, 시교육청, 교과부, 국회의원실 관계자에게 시달리며 교사와 학생들이 무기력증에 빠지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남부지검 관계자는 "양측의 진술이 엇갈려 대질신문이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교사가 주의조치를 제대로 했는지에 대해 가해학생들은 "교사가 C양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해왔기 때문이다. 남부지검 측은 "심야조사에 대한 사전 동의를 받았고 전 과정을 영상 녹화해 인권침해를 최소화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9시간이나 조사가 이어진 데 대해서는 "당사자들이 길더라도 한번에 조사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질신문에는 학생 측 변호사와 보호자가 동석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18일 성명을 내고 "학생인권과 교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교육적 기능을 마비시키는 각본수사, 강압수사를 중단하라"고 밝혔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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