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의 힘으로 3연승을 달리던 한화가 김기태 LG 감독의 용병술에 고배를 마셨다.
한화-LG전이 열린 21일 대전구장. 경기 전 양 팀 덕아웃 분위기는 180도 달랐다. 한대화 한화 감독은 시종일관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인 반면 김기태 LG 감독은 수심 가득한 얼굴이었다. 3연승 중인 한화와 3연패에 빠진 LG. 한화는 거포 김태균 마저 3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해 팀 전력이 탄탄해졌다.
그러나 경기 결과는 의외로 LG의 승리였다. 이대형, 서동욱 등 주전 4명을 2군으로 내린 김 감독은 한 박자 빠른 용병술로 11-2 승리를 완성했다. 최근 3경기에서 단 2점을 뽑는 데 그친 타자들은 이날 6회까지 4점을 뽑아내며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4번 정성훈은 4타수 4안타, 5번 이병규(9번)는 4타수 3안타를 기록했다. 그러자 김 감독은 일찌감치 필승 계투조를 가동했다.
팀이 4-2로 앞선 6회. 김 감독은 89개의 공을 던진 선발 김광삼을 내리고 왼손 이상열을 마운드에 올렸다. 그러나 이상열은 1사 후 6번 강동우에게 볼넷을 허용했고 곧바로 등판한 이동현 마저 7번 오선진에게 2루타, 8번 정범모는 삼진, 9번 백승룡에게 볼넷을 내주고 2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던진 이동현의 포크볼에 한화 타자들은 좀처럼 속지 않았다.
이 때부터 김 감독의 고민은 시작됐다. 타석에는 대타 왼손 고동진이 서 있는 상황. LG 1군 엔트리에는 선발 요원을 제외하고 류택현, 김선규, 유원상, 봉중근이 남아 있었다. 정석대로라면 왼손 류택현이 올라갈 차례였다. 고동진은 올 시즌 대타로 나갔을 때 8타수 4안타, 타율 5할을 기록했고 오른손 투수에겐 3할3푼3리 맹타를 휘둘렀다. 반면 류택현은 올 시즌 왼손 타자를 상대로 피안타율이 2할, 특히 주자가 있을 때는 피안타율이 7푼7리밖에 되지 않았다. 기록상으로 류택현을 올려 고동진을 상대하는 게 정답이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유원상 카드를 꺼냈다. 가장 믿을 수 있는 투수라는 뚜렷한 신념이 축적된 데이터 보다 중요했다. 이후 유원상은 초구부터 빠른 직구를 자신 있게 던졌고 결국 5구만에 고동진을 2루수 땅볼로 처리했다.
결정적인 위기를 벗어난 LG는 8회 2점, 9회 5점을 뽑아내며 완승을 거뒀다. 3연패에 빠지면서 '6월 위기론'이 대두됐지만, 결국 김 감독의 완벽한 용병술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인천에서는 롯데가 SK를 7-2으로 꺾고 단독 2위로 올라섰다. 롯데 2번 김주찬은 2-2로 맞서던 6회 2사 1ㆍ2루에서 중견수 키를 넘기는 결승 2타점 2루타를 터트렸다. 3번 손아섭도 투런 홈런을 포함해 5타수 3안타 4타점으로 힘을 보탰다.
대구에서는 삼성이 KIA를 7-2로 따돌렸다. 삼성 선발 차우찬은 7이닝 2안타 6볼넷 2실점으로 틀어막고 올 시즌 첫 선발승을 따냈다. 박한이는 4타수 3안타 3득점으로 공격의 물꼬를 텄고, 박석민은 4타수 2안타 2타점으로 활약했다. 이로써 삼성은 31승2무28패로 3위에 자리했다.
잠실에서는 두산이 선발 이용찬의 호투를 앞세워 넥센을 3-0으로 눌렀다. 이용찬은 7.2이닝 3안타 3삼진 무실점으로 개인 최다승인 시즌 7승(5패)째를 사냥했다.
대전=함태수 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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