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잦은 추락 사고로 논란을 일으킨 다목적 수직 이착륙기를 일본 전역에 배치하려 해 논란이 되고 있다. 당초 알려진 오키나와(沖縄) 후텐마(普天間) 공군기지뿐 아니라 도호쿠(東北), 시코쿠(四國), 규슈(九州)에도 배치할 것으로 알려져 관련 지자체와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 해병대가 최근 일본 외무성에 제출한 환경심사보고서에 따르면 미군은 오키나와 도호쿠 시코쿠 등 일본의 6개 항로에 신형 수직 이착륙기 MV22 오스프리를 배치해 연 330차례 훈련할 예정이다. 수송기의 최저 고도는 150m 정도이며 훈련의 30%는 저녁과 밤에 실시한다.
미군은 내달 20일께 야마구치(山口)현 이와쿠지 기지에서 시범비행을 한 뒤 후텐마 기지 등에 오스프리를 배치할 계획이다. 오스프리의 항속 거리가 기존 수송기 CH-46의 5배를 넘는다는 점을 활용, 오키나와에서 시즈오카현 캠프 후지, 야마구치현 이와쿠니 기지 등을 장거리 이동하며 저공비행 훈련을 실시한다는 것이 보고서의 내용이다.
오스프리는 헬리콥터와 비행기의 장점을 합친 세계 최초의 실용 틸트로터(경사식 회전날개)기로 차세대 주력 이착륙기로 개발됐다. 하지만 최근 미국 플로리다에서 훈련 도중 추락해 5명이 부상했고 앞서 4월에는 모로코에서 훈련 중 추락하는 등 잦은 사고로 현장 배치에 대한 불안감이 높다. 1991년 첫 선을 보인 이후 모두 8건의 사고가 발생, 36명이 목숨을 잃었다. 주택가 한 가운데에 위치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공군기지로 불리는 후텐마 기지 주변 주민들이 오스프리 배치에 반대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일본 전역에 오스프리를 확대 배치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해당 주민들은 격하게 반발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외무성이 18일 시코쿠지역 도쿠시마, 고치, 에이메현을 찾아 오스프리 배치 및 훈련 내용을 설명했다가 지자체와 주민들로부터 큰 반발을 샀다고 보도했다.
오자키 마사나오(尾崎正直) 고치현 지사는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훈련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저공비행 훈련을 조사해온 시민단체 관계자는 “오스프리 기체의 안전성 문제와 조종의 어려움을 고려하면 사고의 위험이 오키나와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속이 타 들어간다. 주민 반발이 충분히 예상되지만 미국의 배치 의지가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최근 군사력 강화에 나서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려면 미국의 힘이 절실하기 때문에 백지화 요구는 엄두조차 못 내고 있다.
마크 리퍼트 미 국방부 아시아ㆍ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오스프리는 장시간 안전하게 비행하는 고성능 항공기”라며 강행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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