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장기침체로 건설사보다 주택 구매자가 우위에 서는 시장이 형성됐다. 아파트 건설사들이 미분양을 줄이는데 사활을 걸다 보니 청약자에게 제공하는 혜택이 다양하고 풍부해지고 있다. 준공 전 단지는 '중도금 무이자', 준공 후 단지는 '잔금유예' 등으로 청약희망자의 발길을 잡으려 한다. 하지만 서울에서는 여전히 이런 혜택을 찾기 쉽지 않다. 지방에 비해 분양률이 높은 편이어서 건설사가 금융 부담을 안으며 조건변경을 해줄 필요성을 덜 느끼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울에는 재개발ㆍ재건축사업이 많아 기존 조합원과의 형평성 때문에 일반 분양자에게 파격적 혜택을 내세우기도 힘들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서울에서도 특별혜택을 내세우는 단지가 적지 않다.
계약금만 내고 중도금은 무이자
'중도금 무이자' 조건을 내건 단지는 입주 때까지 계약금만 내면 새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셈이어서 기존 주택을 팔고 이사하려는 사람들이 꼭 챙겨야 할 혜택이다. 분양계약을 할 경우 통상적으로 초기에 계약금 5~10%를 내고 중도금을 60%정도 납부하고 입주직전 잔금으로 지불한다. 공사기간 동안 중도금을 대출받는다면 이자를 납부해야 한다. 하지만 중도금 무이자 조건을 내건 단지는 건설사가 중도금 대출 이자를 부담한다. 현재 서울지역에서 중도금 무이자혜택을 주고 있는 곳은 10여 곳. 대부분 중도금 60% 전액을 지원하고 발코니 확장 비용까지 지원한다. 다만 저층 혹은 대형면적에 한해 적용하는 경우가 많으니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실제 은평구 응암동 '녹번역센트레빌'은 중도금을 1~4층에 한해 무이자로 진행하며, 1층은 발코니 확장비용도 지원해 준다.
즉시 입주단지는 잔금유예
준공을 마쳐 즉시 입주를 할 수 있는 단지를 구입한다면 단기간에 목돈을 마련해야 해 부담이 크다. 즉시 입주해야 하지만 당장 목돈이 없는 경우는 '잔금유예' 조건을 내건 단지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SH공사는 은평뉴타운 잔여분에 대해 파격 할인을 내걸었다. 분양대금을 일시불로 선납할 경우 최대 1억여원의 할인을 제공하고 잔금의 50%를 3~4년간 납부 유예하는 조건도 새로 추가했다. 서대문구 북가좌동 가재울뉴타운 '래미안e편한세상'은 대형면적 일부의 경우 분양가의 20%를 1년간 유예해준다.
수도권의 경우 GS건설이 경기 고양시 식사지구에서 분양중인 '일산 자이 위시티' 아파트도 '애프터 리빙 계약제'란 이름으로 잔금을 유예해준다. 계약금 20%를 내면 바로 입주가 가능하고 잔금 80% 중 50%에 대한 이자는 3년간 대납해주고, 나머지 30%는 3년간 잔금을 유예할 수 있도록 하는 조건이다. 또 2년간 직접 살아본 후 계약을 하지 않으면 계약금은 돌려 받고, 회사가 대납해준 이자만 지불하면 된다.
서울 미분양 단지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중도금 이자후불제 혜택도 빼놓을 수가 없다. 잔금을 치를 때 부담이 늘어나지만, 당장 이자납부가 어려운 수요자들한테 유리하다.
분양업체 관계자는 "입주가 임박한 서울지역 미분양 단지들은 잔금유예나 가격할인 등으로 원래 분양조건을 변경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단지를 중심으로 발품을 팔면 부담을 줄이면서 새 아파트에 입주하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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