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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검찰의 부실수사 대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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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검찰의 부실수사 대안은

입력
2012.06.19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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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에 대한 비난 여론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권력 핵심부가 연루된 여러 사건의 의혹들에 검찰은 빼놓지 않고 칼을 들이대긴 했지만, '맹탕' 수사 결과만 잇따라 내놓으면서 여론의 비판을 자초하는 상황이다. 부실 수사, 봐주기 수사가 도를 넘어섰다는 게 중론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 수사가 단적인 사례다. 대통령 아들의 땅 구입비를 국가가 대납해 업무상 배임,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된 사건인데, 검찰은 관련자 전원 혐의 없다고 결론 내렸다. 국민적 의혹을 8개월이나 수사 하고도 어느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은 것이다.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사건 재수사 결과는 검찰의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수사'의 결정판이다. 대규모 수사인력을 투입하고도 청와대 민정수석실 같은 '윗선' 개입 여부나 '몸통' 등에 대해선 하나도 밝혀낸 게 없다. 이러자 정치권에서는 국정조사와 특검 도입 카드를 꺼냈다.

전문가들은 검찰의 이런 악습을 끊을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진영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간사는 "(검찰의 부실수사는)절대권력의 검찰과 이를 사유화 하려는 세력이 빚은 결과"라며 "권력을 전유할 수 없는 구조로 만드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종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상근변호사는 "고위 공직자의 비리를 전담하는 독립기관을 당장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 "약자에 강하고 강자에 약한 검찰… 견제없는 독점적 권력 대수술 필요"

나는 사실 검사가 무섭다. 다행히 아직까지 수사를 받아본 적은 없지만, 내가 조사실에 앉아 검사의 질문을 받게 된다고 상상해보면 무척 긴장되고 떨릴 것 같다. 물론 사람들 입장에서는 '나쁜 일만 안 저지르면 되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이 인터넷에 남긴 글 하나, 문자 메시지 한 개만으로도 범죄를 저질렀다는 의심이 충분히 인정되어 기소되기도 한다. 너무 유명한 '미네르바'에 대한 검찰의 기소는 그가 인터넷에 쓴 280여편의 글 중 단 두 건에 대해 이루어졌고, 그보다는 덜 유명하지만 2008년 촛불시위 때 "단체로 휴교하자"는 문자를 단 한 통 보냈던 사람도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이유로 검찰에 의해 기소된 적이 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굳이 인터넷에 글을 쓰거나 집회에 나가지 않으면 별일 없을 것이다."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우리가 궁금할 때마다 찾아보는 인터넷에 정보를 올리는 사람들이 처벌이 두려워 스스로를 검열하게 되거나, 나나 내 가족이 정리해고ㆍ재개발로 집과 일터에서 쫓겨나게 될 때도 똑같이 참아야만 할 것이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법은 주먹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국가와 법을 대리해 형벌권을 개시하고 집행하는 검찰ㆍ검사는 그동안 약자에겐 강하고 강자에겐 한없이 약한 모습을 보여줬다. 내곡동 대통령 사저 토지 불법매입, 사유화된 권력으로 국정을 농단한 민간인 불법사찰, BBK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대통령과의 끊이지 않는 연루의혹 등. 공공연한 불법행위와 의혹들이 존재하고 그것들을 해소해 달라는 사회적 요구가 있었지만, 검찰은 자신들이 가진 기소권과 기소를 하지 않을 권한을 사용해 정권 실세와 관련자들에게 면죄부를 줬다.

이런 검찰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일단 '재정신청'부터 정상화시켜야 한다. 재정신청은 검찰의 불기소처분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장치이다. 지금은 고발사건에 대해 재정신청이 불가능한데, 앞서 말한 범죄들은 대체로 고발사건들이다. 이러한 사건에 대해 검찰이 기소하지 않더라도 법원의 판단을 한 번 더 받아볼 수 있다면, 검찰의 독점적 기소권에 일정한 견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예외적인 수단에 불과해서, 보다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그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한 개혁방안들은 이미 많은 검토를 거쳐 나와 있다. 문제는 개혁이 추진될 때마다 검찰이 사력을 다해 막는 바람에 번번이 실패했고, 오히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검찰 조직은 더욱 공고화 되었다는 점이다.

개혁의 핵심은 권력을 전유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듯 모든 범죄에 대한 처벌은 검찰의 손을 거쳐야만 한다. '기소독점주의'로 검찰의 기소 없이는 법원의 판단조차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거기에 특수수사에 대한 독점과 인신에 대한 구속ㆍ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위한 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 권한이 검찰에게'만' 있다. 이러한 독점적 권력은 검찰 스스로를 견제 불가능한 권력기관으로 만들었고, 이와 유착해 그 권력을 사유화하려는 세력을 만들어내고 있다.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권력은 인사권을 통해 검찰을 통제하고 싶어하며, 경제권력 역시 검찰의 수뇌부에 제 사람을 두길 원한다. 이도저도 안 되는 사람들은 '아는 검사'라도 만들어보고자 '스폰서'가 되길 자청한다. 검찰의 권한을 나누어 주는 것 외에는 이러한 구조를 깰 방법은 없다.

무더운 여름이 시작되려고 한다. 무더운 날씨보다 사람들을 더 짜증나고 답답하게 만드는 것은 법을 위반하고도 후안무치한 위정자들과 그런 이들을 봐주고 있는 검찰의 모습이다. 한때 검찰도 국민의 사랑을 받던 적이 있었다. 2003년 대선자금 수사에서 검찰은 여야를 막론하고 성역 없는 수사를 벌였다. 당시 대검 중수부장 안대희는 '국민검사'로 불렸다. '무서운 검찰', '권력자의 검찰'이 아닌 국민의 검찰로 만들기 위해서는 전면적인 수술이 불가피하다.

이진영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간사

■ "대통령 변호인 된 검찰, 개혁 요원… 고위공직자 비리 전담기구 만들자"

검찰이 국가형벌권을 엄정하게 집행하기 위해선 권력에 눈치를 보지 말아야 한다는 점에 대해선 아무도 부인하지 않는다. 단, 이명박, 권재진, 한상대, 그리고 이들에게 굴복해 전체 검사를 욕먹게 만드는 몇몇 검사들은 예외다.

이명박 대통령이야 이미 해법이 없는 걸로 판명났고, 권재진 법무장관 역시 답이 없긴 마찬가지이니, 검찰총장과 몇몇 검사들은 도대체 왜 나머지 검사들을 욕먹게 만들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검찰총장. 누구는 인사상 불이익 때문이란다. 그런데 검찰청법 제12조는 검찰총장의 임기를 2년 동안 보장하고 있다. 임명권자에게 쫄지 말라는 취지이다. 그리고 예전에 어떤 검찰총장이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반발해 6개월만에 사퇴를 한 적도 있는데, 이걸 보면 검찰총장이 꼭 자리에 연연하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럼 검찰총장 퇴임 후 장관 한번 돼보거나, 국회의원 출마하기 위해서 그런가? 시간상 한상대 총장이 현 정권에서 장관에 오를 수는 없을 테고, "저 이명박 대통령과 친해요"라며 선거에 나섰다간 낙선으로 직행할 텐데. 그럼 퇴임 후 권력의 비호 아래 돈을 많이 벌려고? 검찰총장 정도 하고 나면 고액 연봉을 제시하며 오라는 곳이 너무나 많으니 그것도 아닐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한 총장의 문자해독능력을 의심하고 있다. 검사윤리강령 서문은 '검사는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법의 지배를 통하여 인간의 존엄과 권리를 보장함으로써 자유롭고 안정된 민주사회를 구현하여야 할 책임이 있다'고 되어 있다. 한 총장은 이걸 '검찰총장은 법의 지배로부터 이명박 대통령 일가를 보호하고 공권력 남용을 통해 대통령의 존엄과 권리를 보장함으로써 이명박 사회를 구현하여야 할 책임이 있다'고 읽었음이 분명하다.

그 다음 몇몇 검사들. 아마도 검찰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무척이나 높거나 검찰총장 한 번 되어 보려는 야망이 있을 듯싶다. 몇몇 검사들에겐 인사상 불이익 문제가 좀 설득력이 있다. 엘리트 코스를 밟아야 하는데 삐끗하면 안 되니까. 그럼 복무평정을 잘 받아야겠다. 검사복무평정규칙 제4조에는 청렴성, 성실성, 인권보호에 대한 기여도 등 이외에도 '조직헌신에 대한 기여도'란 평가 항목이 있다. 몇몇 검사들은 이 조직 헌신도를 '이명박 헌신도'로 이해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그리고 동 규칙 제5조는 "구체적인 실적 및 역량을 종합하여 평정한다"고 평정방법을 정하고 있는데, 그 실적은 주로 수사 및 기소 실적이다. 이에 가끔씩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기소를 남발하기도 한다. 실적을 올려야 하니까. 그런데 이렇게 굵직한 사건들을 불기소한다니, 그리고 증거도 못 찾겠다며 "나 수사 잘 못해요"라고 솔직하게 고백하다니, 풋! 실소를 참을 수 없다. 이 대통령의 인권 보호를 위해 기소하지 않겠다는 검찰의 인권 의식에 박수를 보내며, 아마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조직헌신도와 인권의식 항목에서 높은 평정을 받을 것 같다.

검찰이 스스로 정화될 것이란 기대는 시간낭비다. 이 대통령은 이미 자기에게 과잉충성하는 검사들을 요직에 두루 배치했다. 고위공직자를 수사하는 사람을 고위공직자가 임명을 하니 수사가 제대로 될 리 없다. 특별검사를 운영하면 된다고 하는데, 특별검사가 임명되는 절차는 복잡하고 오래 걸린다. 또 지난 삼성 비자금 사건에서 보듯이 특별검사만 믿을 수도 없다. 개인적으로는 고위 공직자의 비리만을 전담하는 독립적인 기관(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을 국회의 통제아래 만드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검찰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으나, 검찰의 반론은 이제 씨도 안 먹힐 것이다. 또 검찰은 수사해야 할 것을 하지 않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수사하면서 국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차라리 지방선거 때 지방검사장을 뽑아 4년마다 머리 숙이는 꼴이라도 보는 것이 좋겠다.

정의로운 검사는 공정한 시스템에서 만들어지고, 공정한 시스템은 정의로운 국민들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믿는다. 검찰개혁의 해법은 국민에게 있다.

김종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상근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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