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는 여름을 좋아한다. 여왕 강수진이 “마지막 한국 무대”라며 슈투트가르트발레단과 함께 ‘까멜리아 레이디’를 공연하더니 신예 박세은은 파리오페라발레단에 정단원으로 들어갔다는 소식으로 뒤를 이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의 김민정 등이 미국 보스턴국제발레콩쿠르에서 상보따리를 거머쥐었다는 낭보도 날아들었다.
그 와중인 지난 15일 발레인들은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컨퍼런스홀에 모여 ‘국립발레아카데미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낮지만 힘차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3시간 동안 이어진 이 토론회는 참석자들의 말마따나 “첫 단추를 꿰는 자리”였다. 김경애 국립발레아카데미 설립 추진위원장, 박은실 추계예술대 교수, 조윤라 한국발레연구학회 명예이사장, 박민경 춤 평론가 등을 발제자로 나섰다.
이 문제가 맨 처음 사회화한 것은 2010년 최태지 국립발레단 단장 등이 발레학교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부터다. 발레학교 설립이 가능한지 국회에 문의한 결과 문화체육부 산하 기관으로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자 이들은 2011년 2월 정부에 정식으로 연구 용역을 제안했다. 올해 초 문화체육관광부는 2013년부터 국립발레아카데미를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대립해 온 찬반 양론이 새삼 확인됐다. “기존 예술 중고등학교는 대입을 위한 것이다. 전문 무용수를 육성하는 학교는 아예 없다.” 찬성자들의 논리다. 거기에는 발레는 특성상 10세 전후 조기 교육이 필요하다는 나름의 당위론이 깔려 있다. 즉 예비학교 성격의 초등 저학년 과정에서 기본 동작을 마치고, 이후 초등 4학년부터 고등학교 단계까지 8~9년 과정으로 연계되는 이원 구조가, 발레라는 독특한 예술에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반대측이 내세우는 이유 또한 만만찮다. 대중무용이나 사회무용에 대한 수요가 훨씬 많은 상황을 고려할 때 발레학교는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발레학교를 만들기보다 기존 학교의 무용 교육을 강화ㆍ보완하는 편이 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이날 토론회는‘제 2회 대한민국 발레 축제’ 개막을 몇 시간 앞두고 열렸다. 발레학교가 필요하다는 당위론과 시장 수급 상황을 고려하자는 현실론의 힘겨루기가 한국 발레의 미래에 미칠 영향을 두고 고민이 시작됐다.
장병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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