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자음과모음이 19일 인문 문고본 시리즈 '팸플릿'을 런칭했다. 청소년인문학잡지 <자음과모음 r> 연재물, KBS 'TV특강' 강연 내용 등을 정리해, 쉽고 재미있게 인문학 지식을 소개한 책들이다. 1차분으로 이날 손철주의 <속속들이 옛 그림 이야기> , 장수한의 <깊고 진한 커피 이야기> , 김진경의 <김진경의 신화로 읽는 세상> 이 출간됐다. 김진경의> 깊고> 속속들이> 자음과모음>
김유정 자음과모음 인문팀장은 "최근 발간되는 인문서가 두껍고 어렵다는 평을 많이 들었다"며 "새로운 인문학 필자들을 발굴, 소개하고 독자들이 가볍게 인문지식을 쌓는데 도움을 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흔히 '문고본'이라면 1970년대 삼중당문고를 떠올린다. 국내 출판시장에서는 사라진 추억의 장르처럼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 국내 중견 출판사들이 잇따라 문고본 시리즈를 내놓았다. '붐'까지는 아니더라도 '부활' 수준은 된다.
2000년을 전후해 출판사 책세상, 살림, 삼성경제연구소가 각각 인문학('책세상문고'), 지식총서('살림지식총서'), 경제ㆍ경영('SERI연구에세이')으로 분야를 특화 해 문고본 붐을 이끌었다. 이 출판사들은 최근까지 한해 평균 10~40여권의 책을 냈다. 지금까지 모인 시리즈가 책세상은 277권, 삼성연구소는 109권, 살림은 427권이다.
2010년부터는 문학동네, 민음인 등 문학출판사가 각각 한국고전('키워드 한국문화'), 서양사('민음 지식의 정원') 등을 주제로 문고본 시리즈를 출간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문고본을 출간한 출판사들이 '대중과 소통'에 중점을 두었다면, 이때부터는 출판사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새 분야 저자와 교분을 다진다는 데 의미를 둔다. 이번에 인문학 문고본 시리즈를 내놓은 자음과모음 역시 문학에서 인문학으로 시장을 넓히며 문고본을 출간한 경우다.
배주영 살림출판사 주간은 "필자를 발굴해 국내 지성계 스펙트럼을 넓히면서 대중에게 다양한 지식을 전달하는 데 초점을 둔 전략이 들어맞았다"며 문고본 출간이 성공적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중고등학교 논술 교육 붐과 더불어 (삼성경제연구소)은 16만부, <미국의 정체성> 과 <좋은 문장 나쁜> (살림)은 5만부가 팔리는 등 반응이 좋았다. 문고본은 종수가 어느 정도 확보되고 나면, 일반 단행본에 비해 스테디셀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출판사로서는 매력이다. 좋은> 미국의>
하지만 문고본 시리즈가 좋은 반응을 얻는데도 최근 2, 3년 사이 시장 자체는 오히려 위축됐다. 출판계 불황이 우선 영향을 미쳤다. 문고본은 권당 4,000~5,000원으로 값이 싸기 때문에 온라인 서점에서 단품으로 구매하는 경우도 드물다. 오프라인 서점이 줄어들며 유통망이 축소한 것도 타격을 주고 있다.
시장 축소에도 불구하고 출판사들은 문고본의 가능성을 낙관하는 편이다. 김미정 책세상 편집장은 "빠르게 변하는 출판시장에 속도감 있게 대응할 수 있는 문고본은 꾸준히 수요가 있는 분야"라며 "출판사의 개성을 뚜렷하게 드러내면 더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 주간은 독서 스타일에 맞추기 위해 "전자책 동시 출간 등 바뀐 독서 패턴에 맞춰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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